brunch

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71일

by 은은


人必自治而後(인필자치이후)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다스려야

可以不待物矣(가이부대물의) 남에게 의지하지 않게 되고

自立而後(자립이후) 스스로 일어서야

可以不附物矣(가이불부물의) 남에게 빌붙지 않게 되고

有守而後(유수이후) 자신을 지켜야

可以不隨物矣(가이불수물의) 남을 따라 하지 않게 되고

羞不義而後(수불의이후) 의롭지 못한 행동을 부끄러워해야

可以免於竊物矣(가이면어절물의)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게 되고

惡不仁而後(오불인이후) 어질지 못한 것을 싫어해야

可以免於害物矣(가이면어해물의) 남을 해치지 않게 된다

約而言之(약이언지) 요컨대

義利之辨(의리지변) 의로운 행동과 이익을 챙기는 행동을 분별

而已矣(이이의) 해야 한다

- 이덕무(1741~1793), <옳음과 이로움을 말하다[의리지변(義利之辨)]>


차분하고 현명한 양반댁 귀부인의 복장을 한 새 11마리가 남에서 북으로 날아가자 그 뒤를 까치 한 마리가 쫓아갑니다. 이를 보며 11월과 앞으로 맞이할 12월을 생각하게 만드는 오늘입니다.


저희 원은 일 년에 4가지의 반별 프로젝트를 실시합니다. 기수별로 1가지씩의 프로젝트를 실시하게 되는 셈입니다. 1기는 문학기행을, 2기는 역사문화기행을, 3기는 나라사랑 기행, 4기는 가족사랑 힐링캠프를 1박 2일로 실시합니다. 어제와 오늘 2일간 나라사랑 기행을 경주와 여수를 목적지로 하여 실시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이틀을 다녀오지만 저희 교직원은 1, 2기 때는 1박을 하였지만 이번 3기 나라사랑기행은 반별로 교대로 하여 다녀왔습니다.


경주는 저희 교육원 그리고 제가 나고 자랐던 대구와 멀지 않아 익숙한 장소이기도 하고 아이가 어릴 때 1박 2일로 다녀온 곳이기도 합니다. 가족과 함께 갔을 때는 우연치않게 아이와 아내와 함께 전통 혼례 체험 이벤트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교육원 아이들과 아침 8시 50분부터 저녁 8시까지 11시간을 함께 하며 피로도는 높았지만 경주라는 도시가 가지는 천년 고도(古都)로서의 문화적 특수성과 우리 선조의 빛나는 얼과 지혜 그리고 숨결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덕무의 <나를 다스림>이란 글을 가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오늘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눌 핵심 질문은 5가지입니다. 첫째, 자신을 잘 다스려야 하는 이유와 둘째, 스스로 일어서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셋째, 자신을 지키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넷째, 10대로서 할 수 있는 의로운 행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끝으로 어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점은 무엇인지입니다.


먼저 나 자신을 잘 다스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옛날 선비들이 공부하던 《대학》이란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자신을 수양한 뒤라야 집안을 가지런히 할 수 있고 집안을 가지런히 한 뒤라야 나라를 다스릴 수 있고 나라를 다스린 뒤라야 세상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어떤가요? 한 번쯤 들어본 내용이 아닌지요? 옛 선현들은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에 평화를 실천하기 전 먼저 자신의 몸과 마음부터 닦아라고 말하였습니다.

두 번째 물음입니다. 스스로 일어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생각에는 경제적, 정서적 독립과 자립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직장을 가진 뒤라도 부모님께 정서적으로 계속 의지하게 된다면 진정한 자립과 독립으로 볼 수 없겠지요.


세 번째 물음인 자신을 잘 지키려면 호신술을 배워야 할까요? 물론 자신의 몸 하나쯤은 방어할 수 있는 신체적 건강함과 단련도 필요할 것입니다. 여기서 ‘자신을 잘 지킨다’는 의미는 주변 사람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는 자신만의 독립된 가치관과 주장을 지니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공자 또한 “남과 어울리되 자신의 줏대는 잃지 마라[화이부동(和而不同)]”고 하며 자신의 주체성과 주관을 확고히 하라는 말씀을 남기기도 하셨지요.

네 번째 물음으로 가볼까요? 10대로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의로운 행동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10대로서 스웨덴의 기후 위기 활동가인 툰베리처럼 세계적인 활동가가 되어 기후 위기의 책임을 세계 정치인들에게 묻는 일도 필요합니다. 가까이로는 내 주변의 친구들의 어려운 점을 돕는 일, 주변의 생명을 돌보는 일, 텃밭을 가꾸는 일, 일상 생활용품을 다시 쓰고 아껴 쓰는 일,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 드리는 일, 뒤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열어주거나 엘리베이터의 벨을 눌러주는 일, 자주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 강도를 만났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을 위해 119와 경찰에 신고하는 등 일상의 작은 친절과 배려가 의로운 행동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끝으로 어진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선현들은 자신의 성품을 갈고 닦는 데 ‘독서’만한 것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일찍이 공자는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知者樂水)]”고 하였습니다.


독서의 효용은 글을 읽고 좋은 글귀를 베껴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큰돈 들이지 않으면서 옛사람과 동시대의 저자와 대화하며 이들의 경험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점,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고요함과 정숙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하곤 하지요. 읽는 행위를 통해 일상의 삶 속에서 내가 알고 있는 내용들을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의 어짊과 지혜 또한 쌓여가며 위기의 순간 빛을 발하리라 생각해 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