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비, 10대와 생태적 삶을 노래하다
人心如日月(인심여일월) 사람의 마음은 해와 달 같아
本來皆淸淨(본래개청정) 본래 모두 맑고 깨끗하건만
利欲多蔽晦(리욕다폐회) 이익과 욕심에 눈이 멀어
紛紛事趨競(분분사추경) 어지럽게 다투며 경쟁하누나
農夫雖作苦(농부수작고) 농부의 일 비록 고달프긴 하지만
却不枉天性(각불왕천성) 본래의 성품을 지켜주는 일이라네
君看脅肩子(군간협견자) 어깨를 으쓱이며 아첨하는 이들 보면
夏畦未爲病(하휴미위병) 여름철 농사일 힘들 것 하나 없다네
-장유, <歸田漫賦(귀전만부)> 중 제 7수
이번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있어 계곡(雞谷) 장유(1588~1638)의 <농부의 일>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선현들은 한결같이 농부의 일 즉, 농사를 인간과 자연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고 지켜주는 일이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때의 농사는 미국식의 기계를 이용한 대규모 농업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기계를 사용함으로써 의식주에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생필품들보다 보다 빠르게 보다 많이 생산하며 편리함을 누리게 되었지만 오히려 그러한 생활이 사람과 자연을 물질화하고 기계의 노예가 되도록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습니다.
‘이익과 욕심에 눈이 멀어/어지럽게 다투며 경쟁’한다는 말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로 인해 본래 해와 달과 같이 밝은 눈과 마음, 올곧은 정신은 사라지고 이익만을 다투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농부의 일이 왜 타고난 본래의 성품을 지켜주는 일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을까요? 농부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해가 질 때까지 허리 숙여 일을 하며 농작물의 상태를 살피게 됩니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얘기를 한 번쯤 들어보셨지요? 그만큼 부지런함과 생명을 자주 돌아보고 관심을 갖고 살피려는 마음을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집에서 고양이나, 강아지 등 반려동물을 돌보더라도 어디 마음 놓고 집을 비우기가 마음에 걸리곤 하지요. 생명을 다루고 돌보는 일이 그만큼 마음 씀과 그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우리는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생명 키우는 일에 애를 쓰곤 합니다.
농부의 일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흙과 생명을 대하며 한없이 겸손해지게 되고 땀 흘리며 육체와 생명의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주어진 환경과 삶에 만족하며 욕심부리지 않으며 일이 비록 고되고 힘들더라도 정성껏 생명 돌봄 활동을 한 결과로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수확물을 통해 이웃과의 나눔도 실천할 수 있기에 자연의 본성에 더 가까워지게 된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제는 앞만 보며 뛰어갈 것이 아니라 ‘자연의 속도’에 걸맞은 생활을 실천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필요한 만큼만 가지도록 노력하고 생명의 기술자인 농부처럼 자연과 주변 생명, 생명 없는 것을 돌보아가며 살아갈 줄 아는 생태적 지혜가 기후 위기 시대에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자급자족할 줄 아는 농부의 삶의 자세와 지혜야말로 기후 위기 시대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10대 생각
· 농부의 일은 농작물과 함께 온전히 자연의 속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본래의 성품을 지켜주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래의 성품을 지키기 위해서는 농부처럼 작은 생명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 농부가 되어 농사를 짓게 되면 욕심부리지 않고 내가 필요한 만큼만 가지도록 노력하게 되고 자연을 바라보며 살게 된다. 10대로서 나의 본래의 성품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는 농부처럼 자그마한 텃밭을 길러보는 일일 것이다.
· 농부의 일은 본래의 성품을 지켜주는 일이라 말 할 수 있는 이유는 농부는 자연과 주변 생명, 생명 없는 것도 소중히 돌보기 때문이다. 내가 10대로서 할 수 있는 일에는 사소한 생명, 생명이 없는 것도 소중히 생각하고 아끼며 돌보는 것을 들 수 있다.
· 이익과 돈 생각만 하지 말고 주변 생명과 생명 없는 것도 돌보아가며 살아야 겠다고 느꼈다.
· 우리는 옛날방식을 벗어나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인해 편리해진 것도 많지만 점점 기계가 없으면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어진 것 같기도 하다.
· “농부의 일 비록 고달프긴 하지만 / 본래의 성품을 지켜주는 일이라네”라는 시구에서 농사짓는 일은 힘들기만 하고 하찮은 일이 아닌 정말 중요한 일임을 느꼈다.
· 농부의 마음으로 생명과 생명 없는 것을 돌보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 기계를 쓰지 않는 농사는 ‘사람과 자연을 물질화하지 않는다’ 것을 배웠다. 10대로서 우리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만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 식물을 키우면 인내심이 는다. 자신의 성품을 지키는 방법은 자신에게 알맞은 일을 찾는 것이며 이를 위해 내 삶의 속도를 조절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함을 느꼈다.
· 나의 이익과 욕심에 눈이 멀어 자연의 속도를 무시한 채 무작정 혼자서 달리기만 하는 것이 꼭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자연의 속도에 맞춰 욕심을 줄이며 모든 것을 소중히 다룰 줄 아는 삶이 더 좋다는 것을 느꼈다.
· 이익과 욕심에 눈이 멀지 않도록 남을 배려하고 나눌 줄 아는 자세를 가지며 긍정적이거나 좋은 말들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분명 살아가는 데에는 약간의 거짓과 번지르르한 화술이 필요하지만, 자신의 진정성도 보여줄 줄 알아야 더욱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이러한 진정성을 선조들은 농사로 지켜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농사는 그저 노동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이 시대에 농사를 대체할 것은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사람의 마음이 해와 달과 같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2. 10대로서 나의 본래의 성품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