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일
金氏東園白土墻(김씨동원백토장) 김씨네 동산 흰 흙담 아래
甲桃乙杏倂成行(갑도을행병성행) 복사나무 살구나무 나란히 섰네
柳皮觱栗河豚鼓(유피필률하돈고) 버들로는 피리 불고 복어 껍질로 북 치면서
聯臂小兒獵蝶壯(연비소아렵접장) 아이들 서로 어울려 나비 잡네
- 이덕무(李德懋, 1741~1793), <봄날 아이들의 놀이를 흐뭇히 지켜보며[春日題兒戱(춘일제아희)>
간밤에 비가 내린 뒤 한낮의 기운은 봄을 연상케 합니다. 입춘이 이제 5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교육원 나무 그네에 앉아 목련 위에 봄을 노래하는 산새 두 마리가 정겹습니다.
觱栗[bìlì]은 한자어로는 ‘필률’현대 중국어서는 ‘삐리’라고 강하게 읽습니다. 우리말 ‘피리’와 비슷하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네이버 중국어 사전을 찾아보니 ‘한대(漢代)에 서역(西域)으로부터 전래된 피리의 일종’이라고 합니다.‘강에 사는 돼지’란 뜻으로 배가 불룩한 복어를 옛 선조들은 ‘河豚(하돈)’으로 재치있게 표현하였습니다.
저희 어릴 적만 해도 냇가에서 ‘족대’를 가지고 한 친구가 반대 방향에서 물고기를 몰아오면 다른 친구는 족대를 조심히 떠올리며 송사리, 가재, 게, 미꾸라지, 개구리를 잡으며 즐거워하기도 하였습니다. 버들피리를 불며 함께 미소를 나누고 잠자리, 나비의 날개를 잡느라고 살금살금 다가서기를 수차례... 성공 확률보다 실패의 확률이 높았지만 벗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마냥 즐겁기만 하였습니다.
동네 느티나무 아래 나무로 만든 마루는 동네의 사랑방 구실을 하며 어른들은 장기나 바둑을 두시고 아이들은 딱지를 접어 딱치치기나 구슬놀이, 소타기 말타기를 하며 하루를 신나게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더운 여름날 화채를 함께 즐기는 일도 별미 중의 하나였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하루 일과가 학교를 다녀오면 학원 뺑뺑이 도느라 위의 놀이를 할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급변하는 세상 탓도 있긴 하지만 놀이가 빠진 학습만을 강조하다 보니 몸은 비대한데 마음은 빈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늘 안타깝기만 합니다.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오히려 삐딱한 시선으로 보게 되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유튜브, 숏츠, 게임 등이 대체해 버린 우리 아이들의 잃어버린 몸과 마음의 놀이, 여유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아이들에게 놀이의 즐거움을 돌려주기 위해 어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함께 고민해 보아야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