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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Feb 08. 2024

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92일


 童幼養鷇爲戲(동유양구위희어떤 어린아이가 병아리를 기르며 즐거이 놀고 

 見飛雀亦憐之(견비작역련지날아가는 참새를 보며 좋아했네

 農夫為其妨穀(농부위기방곡농부는 농사에 방해된다고 여겨

 見毅亦疾之(견의역질지병아리를 보고 화를 내고 미워하며

 奪鷇而殺之(탈구이살지이를 빼앗아 죽여 버렸네

 翁見之曰(옹견지일성호옹이 이를 보고 말하네

 彼農幼(피농유저 농부도 어렸을 때는

 必弄雛(필농추틀림없이 병아리랑 놀았을 것이고

 彼童長(피동장저 아이도 성장하면 

 必憎雀(필증작틀림없이 참새를 미워할 것이네

 事移則物變(사이즉물변일이 변화면 물건도 달리 보이고

 物變則心易(물변즉심역물건이 달리 보이면 마음도 변하네

 愛憎之剝換(애증지박환애증이 뒤바뀌는 것이

 至此(지차이 지경에 이르다니

 可戒哉(가계재경계할 만하다네

 李瀷(이익, 1681~1763), <생명을 바라보며[관물편(觀物篇)>     


 산나무 가지 끝 산새 한 마리

 미동도 않은 채 우두커니 

 해뜨는 곳을 바라보네

 무리의 안전을 기원하는 듯

 독야청청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벼랑 끝에 선 단독자로서

 도를 닦는 수행자로서

 국경을 지키는 장수로서

 그리고 리더로서의

 기질을 보여주어

 마음 숙연해지네 

     

 까치는 소중한 

 보금자리를 위해 

 서에서 동으로 

 북에서 남으로

 열심히 나뭇가지 

 하나 물어 나르고 

 오늘 하루도 

 생의 의미를 

 찾아

 쉼없이

 날개짓하네

  - 자작시     



 오늘 아침 출근길 양옆에 자리 잡은 눈향나무가 머리에 소복이 서리를 이고 있는 풍경이 참 운치가 있는 것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기도 하지요.      


 오늘 여러분과 함께 살펴볼 시는 성호(星湖) 이익의 <사물을 바라보며>란 글입니다. ‘병아리’, ‘참새’, ‘어린아이’, ‘농부’가 시의 소재로 등장합니다. 앞서 농부는 생명을 기르는 예술가로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 글을 보면 참 생명을 길러내는 천진한 농부가 아닌 일개 분노조절 장애를 겪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무지막지할 수 있을까요? 또 이 장면을 목격한 어린아이가 받을 내면의 충격과 상심은 얼마나 클까요?    

 

 이익이 예측한 것과는 달리 아이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귀히 여기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우리 속담에 “뒷간 갈 때 마음과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라고 하지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근심을 해결했으니까요.      


 우리의 생각과 사물은 천 번 변하고 만 번 달라집니다. 수시로 얼굴을 달리하는 이 생각이란 놈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겠지요. 천진한 마음, 우주 지성, 내 영혼이 바라는 나의 ‘참 자아’를 늘 의식하며 마음의 ‘나침반’으로 삼는다면 외풍에 잠시 흔들리더라도 다시 본래의 진면목(眞面目)을 찾아가게 되겠지요.      


  오늘은 설 연휴 시작 전날입니다. 연휴는 기다릴 때의 마음이 가장 설레고 즐겁지요. 보고 싶은 친지들을 두 눈 깊숙이 담아 오시고 내면에 깊은 행복과 사랑이 넘쳐나시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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