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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Nov 20. 2024

친절(親切)

내 탓이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우리가 손해보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 인공지능은 우리 인간처럼 내 탓이오하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을까요있거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를 적어보세요.






 이제 삼일 뒤면 절기상 소설(小雪)입니다. 이른 밤이 찾아온 뒤 검푸른 배경의 하늘에 시리디시린 별과 달이 내면을 맑고 차갑게 바라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요즘입니다.      


 이번 한 주는 불과 며칠 차이로 지난 목요일 수능일과는 기온이 확연히 달라지니 조물주의 조화에 감탄할 뿐입니다. 이제 학교에 아이들은 학기말 고사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저 또한 아이들 시험 일정에 맞추어 고사 원안을 준비하다가 무리를 했는지 감기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이른 계절의 변환과는 다르게 우리의 신체는 얼굴을 순식간에 바꾸는 변검술처럼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늘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신체가 뒤따라가지 못해 탈이 한 번씩 나곤 합니다.      


 원나라 말기 명나라 초 고승(高僧)인 묘협이 지은 《보왕삼매염불직지(寶王三昧念佛直旨)>의 제17편에 실린 <십대애행(十大碍行)>의 첫 구절은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          



  念身不求無病(염신불구무병내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身無病則貪欲易生(신무병즉탐욕이생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쉬이 생긴다네

  묘협(妙叶, ? ~ ?), <열 가지 큰 어려움에 관한 노래[십대애행(十大碍行)]>         


 



 우리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 크고 작은 병을 겪게 됩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간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좋겠지만 불가(佛家)에서는 이 또한 욕심이며 병이 없다면 사람의 마음이 교만해지기 쉽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내 다리가 부러져봐야 다리 부러진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고 내가 타인 또는 다른 생명이 겪은 아픔을 똑같이 겪어보아야지만 이들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고 자연과 우주, 인생을 이해하는 폭과 깊이, 도량(度量: 너그러운 마음과 깊은 생각)과 시야가 넓고 깊어지게 됩니다.     


 마음의 굴곡과 롤러코스터를 여러 번 겪어보아야만 우리가 지구별에 오게 된 참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는 곧,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생명을 품어 안을 줄 아는 여유인 ’친절‘과도 연결이 되는 것 같습니다.     




 명나라 말기를 살다 간 홍응명이란 처사(處士, 벼슬하지 않은 선비)는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전해주었는지 함께 살피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평안한 밤 되세요. 고맙습니다.      


    

 反己者(반기자내 탓으로 돌리는 사람은

 觸事皆成藥石(촉사개성약석부딪치는 일 모두 약고 침이 되고

 尤人者(우인자남 탓을 하는 사람은

 動念卽是戈矛(동념즉시과모생각마다 창과 칼이 되네

 一以關衆善之路(일이벽중선지로한 사람은 많은 선행의 길 열어젖히고

 一以濬諸惡之源(일이준제악지원한 사람은 창칼로 모든 악행 깊어지니

 相去霄壤矣(상거소양의훗날의 차이 하늘과 땅만큼 벌어진다네

 홍응명(洪應明, 1573~1619), <내 탓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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