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일
땅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곱디고운 낙엽
지난여름 치열한
삶의 현장 드러내고
야위어가는
나의 모습은
지난 수십 년간
생사고락 함께한
지구 생명공동체의 화석(化石)
지난 목요일 한 생명이 외로이 지구별을 떠났습니다. 숨을 거둘 때는 혼자였지만 보내는 이들의 마음이 안타까움과 뜨거움으로 가득 채워져 이승에서 저승으로 넘어가는 길 한가득 미소 꽃을 머금고 갔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는 저의 막내 외삼촌입니다. 어머님이 장녀라 그와의 나이 차이는 10살입니다. 어릴 때 그에게 과외를 받던 일, 중학교 졸업식 때 와서 멋진 모습으로 함께 사진을 찍었던 일, 함께 야영(野營)을 가서 한밤에 모기에 헌혈하고 볶음밥을 먹었던 일, 운전 연수를 받던 일, 나의 결혼식에 참석한 일, 최근 부모님과 식사 자리에 어머님이 그를 초대했으나 출장을 핑계로 식사 자리를 피하던 일, 식사 자리를 피하던 그날이 그의 근황을 알게 된 마지막이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그의 영정 사진을 한 번 쳐다보고 큰이모와 두 손 맞잡는 순간 그와의 추억이 떠올라 감정이 북받쳤습니다. 이제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무엇이 급해서 그리 먼저 갔는지 또, 자기 몸을 왜 그렇게 괴롭혔는지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최근 지인과 가족의 죽음과 관련된 얘기를 듣고 겪으면서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다짐을 합니다.
1. 너무 아등바등 살지 말 것
2. 최선을 다하지 말 것
3. 가족과 작더라도 자주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보낼 것
4. 죽음은 늘 가까이 있으니 하루하루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갈 것
5. 남에게 친절을 자주 베풀 것
6. 돈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만 벌 것
7. 좋아하는 일을 자주 즐겁게 하며 살아갈 것
8. 생명을 사랑하며 아낄 것
우주 대자연이 나에게 몸과 일, 늙음과 죽음을 주었으니 죽음은 없어짐이 아니라 다른 단계로의 변화임을 받아들여 편안히 잠드시고 새롭게 깨어나소서
夫大塊載我以形(부대괴재아이형) 땅은 몸을 주어 나를 실어주고
勞我以生(노아이생) 삶을 주어 내가 일하게 하고
逸我以老(일아이로) 늚음으로 나를 편안케 하고
休我以死(휴아이사) 죽음으로 나를 쉬게 한다네
善我生者(선아생자) 내 삶을 긍정하는 것이
乃所以善我死也(내소이선아사야) 곧 내 죽음을 긍정하는 일이 된다네
今一以天地爲大鐪(금일이천지위대로) 지금 천지를 커다란 용광로로 여기고
以造化爲大冶(이조화위대야) 변화를 만듦을 우주 지성의 일로 생각한다면
惡乎往而不可哉(오호왕이불가재) 어디로 간들 좋지 않은가!
成然寐(성연매) 편안히 잠들고
蘧然覺(거연각) 새롭게 깨어날 뿐이네
- 장자(莊子, 기원전 365(?)~기원전 270(?)), 우주 지성[대종사(大宗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