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일
오늘이 벌써 여름의 중턱에 들어선 음력 오월 초하루입니다. 여름답지 않은 여름의 터널을 부드럽게 그리고 살포시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음력 날짜를 꼽아보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1, 2, 3, 4, 6, 9, 12월은 한 달이 29일, 5, 7, 8, 10, 11월은 한 달이 30일로 음력 1년은 353일임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7개월은 한 달이 29일, 5개월은 한 달이 30일입니다. 4대 3의 비율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여느 때처럼 차 시동을 걸고 차를 앞으로 뺀 뒤 퇴근 후 주차를 위해 교통콘 대신에 화분을 두려던 찰나 어린 쥐가 내장을 뱉어낸 채 비스듬히 엎드려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예전 장인이 차에 시동을 걸자마자 차를 바로 움직이는 바람에 장모가 애지중지하며 밥을 주던 새끼 고양이가 깔려 죽은 일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엔 장인의 부주의함으로 인해 아까운 생명이 ‘세상을 달리했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평소와 달리 시동을 건 뒤 속으로 하나, 둘, 셋 하고 차를 움직이는 일을 잊고 무엇에 마음이 쫓기고 홀리었는지 시동을 검과 동시에 차를 움직임으로 인해 이런 화를 불러들이게 되어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 죄 없는 생명을 무지막지한 차 바퀴로 깔아버렸음을 무지와 부주의가 낳은 이 참사를 어린 생명에게 어찌 갚아야 할지 또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를 생각하면 ‘나는 살아가며 참 죄를 많이 짓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 오늘 아침 출근길이었습니다.
정작 생명을 위한다고 하면서 손바닥만한 지렁이가 뙤약별 아스팔트 위에 고통받고 있을 때 그늘이 있는 풀밭으로 던져줄 줄 알았지 정작 차바퀴에 깔린 어린 쥐는 ‘선뜻 묻어줘야 하는데 묻어줘야 하는데’ 하고 생각만 할 줄 알았지 혐오감에 과감히 나서질 못한 못난 마음을 반성합니다.
나를 구속하는 건 세상의 시선과 그물이 아니라 바늘 하나 꽂을 수 없을 정도의 어리석고 좁아빠진, 닫힌 마음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 하루입니다.
一念常惺(일념상성) 일심으로 늘 깨어 있어야
纔避去神弓鬼矢(재피거신궁귀시) 신출귀몰한 재앙 벗어날 수 있고
纖塵不染(섬진불염) 세상의 때 가볍게 털어낼 줄 알아야
方解開地網天羅(방해개지망천라) 세상의 그물 벗어날 수 있다네
- 홍응명(洪應明, 1573~1619), <늘 깨어 있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