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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숲속에서

148일

by 은은



오늘은 음력 9월 16일로 기망(旣望)입니다. 어제 집 밖에서 바라본 보름달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다가와서 그런지 묘한 울림과 음양의 기운의 전환을 알려주는 것 같아 더 반가이 느껴졌습니다.


오늘도 하릴없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늘 보던 중국단풍의 줄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평소 같으면 별생각 없이 무심히 지나쳤을 나무가 마치 코끼리의 다리를 닮았다는 생각과 함께 아내의 거친 피부, 저의 주름진 얼굴이 떠올라 동병상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주변의 낙엽과 함께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되 꿋꿋이 한 다리로 세상을 버텨내고 있는 모습이 중년의 스산한 삶과 겹쳐지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이틀이 지나면 벌써 입동(立冬)입니다. 차가워진 날씨로 인해 특별히 무리한 것이 없는데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독한 감기에 노출되기 쉬운 계절이니 현명히 대처를 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霜降楓林萬葉丹(상강풍림만엽단) 서리 내려 단풍숲 온 잎 붉게 물들어

層巒疊嶂映溪寒(층만첩장영계한) 층층이 겹쳐진 산 능선 물결 같아라

行人坐愛秋深處(행인좌애추심처) 나그네 가을 깊은 곳까지 사랑하지만

卻恨年年此路難(각한년년차로난) 해마다 이 감성 낼 수 있을까 걱정

- 이덕무(李德懋, 1741~1793), <단풍 숲속에서>


단풍나무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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