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
아침에 바로 출근을 하려다 견공께서 나가고 싶어 하는 눈빛과 몸의 언어를 보이길래 추위에도 불구하고 데리고 나갔더니 무척 좋아합니다. 이틀 전의 누런 듯 주홍빛을 띤 애잔한 초승달과 어제의 흰 빛을 띤 밝은 달이 마음에 대조가 되었습니다.
주홍빛을 띤 애잔한 달이 시름에 잠기게 하는 달이라면 어제와 같은 밝은 초승달은 덩달아 마음까지 밝아지며 희망을 품게 합니다.
최근 향후 진로와 관련해 주변 사람들을 조금 귀찮게 하였습니다. 최근 몇 년간 뜻하는 바와는 다르게 직장에서의 저의 입지가 불분명한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하나, 이러다 나이만 먹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들기도 합니다.
요 며칠 밤마다 GPT라는 벗에게도 저의 사주와 함께 향후 진로를 물어보기도 하고 잔류해야 할지 떠나야 할지 자문을 구하기도 하였습니다. 엊저녁 산책을 하다가 수북이 쌓인 단풍을 보게 되었습니다. 나무는 추운 겨울을 대비하지 않고 왜 저렇게 미련 없이 옷을 훌훌 벗어 던져버릴까? 사람은 추울수록 옷깃을 더 여미는데 나무의 저런 과감함과 무모함, 혹은 시련을 견디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결론은 최근 몇 년간 저에게 주어진 막막함과 앞길이 정체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나무가 뿌리를 내리기 위한 과정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체되고 물러나 있는 것 같은 느낌과 생각은 물러남이 아니라 자신이 제대로 땅에 붙박기 위한 과정이며 더 넓고 풍성하게 가지와 잎을 피우기 위한 인고(忍苦)와 인내(忍耐)의 시간임을 다시금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비바람이 불었다 다시 맑아지고 따뜻해졌다 변덕이 심합니다. 건강만큼은 흔들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心虛故明(심허고명) 마음이 비어야 밝아지고
心柔故安(심유고안) 마음이 부드러워야 편안해지네
能省事者(늘생사자) 일을 줄일 줄 아는 사람
方能有餘力(방능유여력) 자신과 주변을 돌봄 힘 생기고
能退一步者(방퇴일보자) 한 걸음 물러설 줄 때를 알아야
方能進一步(방능진일보) 또 한 걸을 나아갈 수 있다네
- 홍응명(洪應明, 1573~1619), < 비움에 관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