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일
오늘은 음력 시월 스무 둘째 날로 동지를 열하루 앞두고 있습니다. 요즘 출퇴근길에 보이는 일출과 일몰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차를 잠시 세워두고 한참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오늘 제가 있는 이곳은 오전에 잠시 비를 흩뿌렸다가 곧 밝은 해가 모습을 드러내며 잠시 봄날씨가 아닌 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낮에는 포근하였습니다.
둘레 분들께서 염려해 주시고 지지해 주신 덕분에 이번 학기 대학원 수업을 무사히 끝내게 되었습니다. 이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추사가 어려운 시절, 내면의 고독과 삶의 매서움을 시심과 예술혼으로 달래고 승화시켰듯, 우리 또한 텅 빈 마음 밝혀줄 내면의 붓 한 자루, 영감을 주는 책 한 권, 별과 달, 석양, 허공을 가로질러 무리 지어 가는 철새들, 자연이 들려주는 무늬와 소리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읽어낼 수 있는 내면의 안테나 하나쯤은 잘 벼르고 갈고 닦아나간다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길 보듬어주는 미소 띤 등잔불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평안한 밤 보내십시오. 고맙습니다.
歲暮無金以備寒(세모무금이비한) 한 해 끝 세찬 추위 대비할 여력 없고
孤燈短檠照心殘(고등단경조심잔) 홀로 선 등잔불 내 마음의 빈 곳 비추네
貧中更覺詩情在(빈중갱각시정재) 가난은 되려 시심(詩心) 부르니
一筆蕭疏寫歲寒(일필소소사세한) 붓 한 자루 의지해 한겨울 추위 그려보네
- 김정희(金正喜,1786~1856), <한 해의 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