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일
오늘은 음력 동짓달 셋째 날로 양력으로는 동지(冬至)입니다. 음의 기운이 극에 달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팥죽은 드셨는지요? 돌아보면 어린아이의 마음은 줄어들고 세월이 어찌 흘러가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장자 〈응제왕(應帝王)〉 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至人之用心若鏡(지인지용심약경) 지인(至人: 참사람)의 마음 씀은 거울과 같아
不將不迎(부장불영) 보내거나 맞이하지도 않으며,
應而不藏(응이부장) 다가오면 비추되 간직하지 않네
故能勝物而不傷(고능승물이불상) 그러므로 사물을 껴안되 상처 입지 않네
장자, 〈대종사(大宗師)〉편에 “비워서 삼라만상을 기다리네[허이물래(虛而待物)]”란 글도 위 내용과 비슷한 결입니다. 우주 대자연의 이치를 체득한 참사람은 거울처럼 만물을 비추기만 할 뿐 소유하려 하지 않으니, 상처 입을 일도 없습니다. 사람이나 만물이 다가오면 다가오는 대로, 떠나가면 떠나가는 대로 늘 중심을 비워 놓고 포용하니, 원망도, 원한도, 후회도 남기지 않게 됩니다.
우리네 삶도, 무언가를 억지로 이루려 하기보다 하늘과 사람, 자연의 흐름을 세심하게 감응하고 비추되, 일이 잘 풀리면 잘 풀리지 않음을, 기쁘면 슬픔이 곧 다가옴을 살펴 한 번 기쁘고 한 번 슬퍼하는 일 없이, 우리네 살림살이를 담담하게 균형을 잡아나갔으면 합니다. 따뜻한 연말연시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風來疎竹(풍래소죽) 대숲에 바람 스치면
風過而竹不留聲(풍과이죽부류성) 바람은 댓잎 소리 남기지 않고
雁度塞潭(안도한담) 찬 호수 위 기러기 날아가면
雁去而潭不留影(안거이담불류영) 호수는 그림자 남기질 않네
故君子(고군자) 우주 만물의 이치를 체득한 참사람이란
事來而心始現(사래이심시현) 일이 오면 마음에 나타내고
事去而心隨空(사거이심수공) 일이 가면 마음을 비워 놓을 뿐
- 홍응명(洪應明, 1573~1619), <참사람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