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일
이웃님들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늘 평안 하시길 바랍니다. 어제와 오늘 산책길에 멀리 떠 있는 밝은 달님이 길동무가 되어 주고 찬바람이 정신을 맑게 해주어 간만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였습니다.
돌아서는 1월하고도 닷새가 지나버렸고 음력으론 동짓달 열입골날이나 되었습니다. 겨울의 정중앙을 지나고 있는 요즘입니다.
가수 김창완은 연말과 연시로 넘어가는 시상식에서 “새해라 해서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말라”고 합니다. 12월 31일 11시 59분 59초와 다음 해 1월 1일 0시 0분 0초 그리고 1초는 물리적으로 불과 1~2초 차이입니다.
불가에서 말하는 찰나(刹那)의 관점으로 보면 엄청난 공백을 가진 시간이지만, 저 같이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1초 전이나 1초 후나 별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매년 새해의 다짐을 약속하고 꿈꾸지만 사람살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다만, 올해는 이렇게 바래보는 건 어떨까요?
내 삶의 간절한 뜻
온 세상 만물과 작은 티끌에게
가 닿게 해주시고
세상 향한 내 맑은 정성
이 땅에 가장 연약하면서도
아픔을 절절히 견디고 있는
약한 생명에게 비추게 해주소서
평안한 밤 보내세요. 늘 고맙습니다.
意氣與天下相期(의기여천하상기) 세상 향해 내 뜻 다짐할 때는
如春風之鼓暢庶類(여춘풍지고창서류) 봄바람이 만물과
不宜存半點隔閡之形(불의존반점격애지형) 티끌에도 가 닿도록 해주소서
肝膽與天下相照(간담여천하상조) 세상 향해 내 마음 비칠 때는
似秋月之洞徹群品(사추월지통철군품) 가을 달 삼라만상 비추듯
不可作一毫曖昧之狀(불가작일호애매지상) 털끝만큼의 어둠이 없도록 해주소서
- 홍응명(洪應明, 1573~1619), <새해의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