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 속에는

우리 선비, 10대와 성품을 노래하다

by 은은



壬人胷中(임인흉중) 간사한 사람의 가슴속에는

有鐵蒺藜一斛(유철질려일곡) 다른 사람을 해하려는 쇠못이 한 섬(10말) 들어 있고

俗人胷中(속인흉중) 세속에 물든 사람의 가슴속에는

有垢一斛(유후일곡) 더러운 때가 한 섬 들어 있고

淸士胷中(청사흉중) 고아한 선비의 가슴속에는

有氷一斛(유빙일곡) 맑은 얼음이 한 섬 들어 있네

慷慨士胷中(강개사흉중) 강개한 선비의 가슴 속은

都是秋色裡淚(도시추색리루) 분하고 비통해 온통 서글픈 가을빛이고

奇士胷中(기사흉중) 기이한 재주를 가진 선비의 가슴속에는

心肺槎枒(심폐사아) 여러 갈래로 뻗친 마음에

盡成竹石(진성죽석) 대나무와 돌들이 가득하네

大人胷中(대인흉중) 오직 대인(大人)만은

坦然無物(탄연무물) 마음이 평탄하여 가슴속에는 아무런 물건도 없다


-이덕무(1741~1793,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



오늘은 여러 부류의 사람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통해 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위에서 언급한 여러 마음 중 어떤 부류에 속하는지요? “간사한 사람의 마음속에는 남을 해치려는 쇠못이 가득하고 세속에 물든 사람의 마음에는 때가 가득 묻어난다.”고 합니다. ‘鐵蒺藜(철질려)’는 도둑이나 적을 막기 위해 땅에 흩어 두던, 날카로운 가시가 네다섯 개 달린 쇠못을 말하며 한 섬은 곡식을 세는 단위이며 우리가 흔히 아는 쌀 1말은 포대 자루에 가득 담은 쌀의 양입니다. 무게로는 80kg 정도 됩니다. 남을 헤치려는 마음의 양을 쇠못을 담은 10포대의 자루로 표현한 것이 재밌지만 슬프기도 합니다.


유학의 경전이자 과거 시험 과목이기도 했던 《대학(大學)》에는 “진실로 날마다 새로워지고자 하거든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苟日新 日日新 又日新(구일신 일일신 우일신)]”고 하였습니다. 폭군인 주나라 마지막 임금인 紂(주)를 쫓아내고 은나라 초대 임금이 된 탕왕은 자신의 세수대야에 이 글귀를 새겨 놓고 눈과 마음으로 보며 주왕의 일을 거울 삼아 어진 정치를 펼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이덕무 선생님은 고아한 선비의 가슴속에는 왜 맑은 얼음이 한 섬이나 들어 있다고 표현했을까요? 보물도 아니고 황금도 아닌 ‘얼음’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고아(高雅)’란 표현은 그 기상이 높고 하는 행동거지나 인격이 우아하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고아한 선비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달콤한 말을 하거나 상식에 반하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될까요? 한때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얼음공주(좋고 싫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냉철한 여성)’란 말이 유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시인이 말하는 ‘얼음’은 때묻지 않은 맑고도 합리적인 인격의 소유자임을 ‘고아하다’는 표현과 어울려 사용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게 됩니다. 때로는 ‘사이다’같은 속 시원한 표현으로 우리의 뜨겁고 막힌 가슴을 뻥 뚫어주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다른 얘기로 을사늑약 당시 나라 잃은 슬픔에 비분강개한 선비들 중 매천(梅泉) 황현(黃玹, 1855~1910)이란 분은 절명시(絶命詩:목숨을 끊는 시)를 남기고 자결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또 남달리 지조와 기개가 뛰어난 선비들과 백성들은 의병과 독립군을 조직하여 조국의 독립을 위해 사심 없이 곧고 강직한 마음을 늘 품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이런 삶을 살아왔기에 호연지기(浩然之氣:사람의 마음에 차 있는 너르고 크고 올바른 기운)를 지닌 대인은 그 어떤 삿된 마음과 불순한 감정도 녹여버리는 옳음과 바름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지니고 있기에 ‘가슴 속은 평탄하여 아무런 물건도 없다’고 표현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비록 우리가 간혹 간사한 마음을 품기도 하고 세상일에 때가 묻기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 마음속에는 고아(高雅:높고 맑음)한 품격을 지니기 위해 노력하고 남을 해하려는 티끌만큼의 부정적인 마음과 생각을 품지 않으며 오직 나와 이웃, 사회, 생명, 자연, 공동체를 위해 기여하고 헌신하는 삶의 자세와 태도로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지구보다 너른 대인과 우주의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해 있음을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10대 생각


· 행동과 마음가짐에 따라 자신의 결이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남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남을 나라고 생각하면서 대하고 생명을 소중히 대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지구공동체를 잘 돌볼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 나의 내면에는 나쁜 마음이 남아 있고 그것을 정화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생각하고 느끼게 되어 감사하다.


· 직업을 뜻하는 ‘꿈’을 아직도 잘 모르겠으나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고 타인의 미움을 사고 싶지는 않다. 항상 역지사지를 유념해 두고 살아가면 나의 마음 또한 평탄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내가 대인의 마음으로 지구공동체를 품고 돌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로는 고아한 품격을 지니기 위해 노력하고 남을 해하려는 티끌만큼의 부정적인 마음과 생각을 품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내 가슴 속 예쁜 풍경을 바라보기 위해 바람직한 행동을 할 수 있게 해주어서 감사하다. 모든 것에 감사하며 생활하고 모든 생명을 잘 돌보면 생활해야겠다.


· 지구공동체를 사랑하고 그것을 아끼며 전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것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사랑하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인 것 같다.


· 나는 가끔 간사한 마음을 품으며 살아가기도 하는데 앞으로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배려하고 헌신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나의 가슴속에는 내가 바르고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품고 있다. 대인의 마음으로 지구공동체를 돌보기 위해서는 나쁜 마음과 부정적인 감정은 버리고 순수하고 바르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넓은 마음으로 생명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 공감해 주고 원망하더라도 선을 넘지 않는 그런 공동체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 나를 좀 더 소중히 대하고 세상을 거부하지 않으며 보다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라는 말씀하시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나쁜 꾀를 부리지 않고 내가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속마음만큼은 ‘나쁘게 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이기적이고 나쁜 때가 묻어 있을 수도 있는 반면 다른 마음 한 켠에는 따뜻하고 밝은 점들도 있다고 느끼게 되어 감사하다. 내 가슴 속에는 디즈니 영화처럼 동화 같은 예쁜 꿈을 가지고 있고 어린아이처럼 밝은 희망도 품고 있다.


· 나는 지구 생명공동체를 위해 서로서로 존중하고 배려했으면 좋겠다. 지구 공은 둥근데 단 한 명이 존중과 배려를 하지 않으면 그것이 찌그러져 버리기 때문이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자신을 잘 다스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여러분의 생각을 적어보세요

2. 여러분이 생각하는 의로운 행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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