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우리 선비와 농사를 노래하다
五間新屋經時就(오간신옥경시취) 다섯 칸 새집을 짓고 나니
林燕山禽共落成(임연산금공락성) 숲속의 제비와 산새도 낙성을 함께 하네
擁戶畫圖千嶂立(옹호화도천봉립) 집을 끼고 그림 같은 천 겹의 산이 서 있는데
繞床琴筑一泉鳴(요상금공일천명) 책상 가득 거문고처럼 샘물 하나 울려 퍼진다네
門前池可求魚養(문전지가구어양) 문 앞의 못에서는 물고기를 키울 수 있고
籬下田堪借犢耕(리하전감차독경) 울타리 아래 밭에는 송아지 빌려 밭 갈 수 있다네
世事不豐幽意足(세사불풍유의족) 세상사 풍족치 못해도 숨어 사는 뜻에는 맞으니
從他人笑拙謀生(종타인소졸모생) 남들이 내 성긴 삶을 비웃은들 어떠리
- 박세당(1629~1703), <새로 지은 집[(신옥(新屋)>
박세당은 조선 후기의 학자로 전북 남원에서 태어났습니다. 현종 1년(1660)에 중광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하였고 1667년에 홍문관 수찬에 임명되었을 때는 응구언소(應求言疏)를 올려 신분제도의 모순에 따른 사대부들의 무위도식(無爲徒食 : 아무 하는 일없이 놀고먹기만 함)을 비판하고,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실리주의 정책을 펼 것과 백성을 위한 법률의 혁신, 정치·사회제도의 개혁을 주장하였습니다. 이듬해인 1668년 당쟁에 혐오를 느껴 관료 생활을 그만두고 양주(楊州) 석천동(石泉洞 : 지금의 도봉산 아래 다락원)으로 물러났습니다.
1676년에는 ‘농사에 관한 경서’란 뜻의 《색경(穡經)》을 13세기 후반 원나라에서 간행된 《농상집요(農桑輯要)》 등의 농서에다가 자신의 농사 경험을 덧보태어 저술하기도 하였습니다.(홍희창, 《선비들의 텃밭 조선의 채마밭》, 141쪽 참조) 그 뒤 숙종 23년(1697) 4월에 한성부판윤을 비롯하여 예조판서, 이조판서 등 수차례 관직이 주어졌지만 모두 부임하지 않고 오로지 학문 연구와 제자 양성에만 주력하였습니다.(두산백과 참고)
이 시는 당쟁에 혐오를 느껴 관료 생활을 그만둔 마흔 이후에 석천동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며 지은 것입니다. 시의 내용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시골로 돌아가 자연 속에 다섯 칸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니 숲속의 제비와 산새들도 기뻐해 줍니다. 집 둘레로는 멀리 겹겹의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가까이에는 맑은 샘물이 시원하게 흐르며 마치 거문고 연주 소리처럼 들려 귀와 마음을 즐겁게 해줍니다.
집 앞에는 물고기, 오리, 자라, 백로 등이 서식할 수 있는 연못이 있고 울타리 아래에는 농사지을 밭이 있습니다. 넉넉하지는 못해도 벼슬하지 않고 숨어 살며 서툴더라도 천성에 맞게 살 수 있으니 이보다 더한 기쁨은 없다고 박세당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가 30년간의 과거 공부와 7~8년간의 벼슬살이에 일찍 질려버린 걸까요? 요즘으로 치면 정부 기관에서 한창 승승장구해서 국회의원이 되거나 장차관을 노려볼 만도 한데 그의 성정(性情:성품, 타고난 본성)에는 벼슬살이가 잘 맞지 않는 야인이 더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자연 속에 집을 지어 놓고 새들과 송아지, 물고기, 산, 사슴, 노루와 벗하며 소를 끌며 농사짓는 삶을 과거 공부와 벼슬살이 이전에 더 동경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보기 좋은 삶을 사는 것이 아닌 내가 보기에 보기 좋고 멋진 삶을 살고 싶었나 봅니다. 제 2의 고향인 석천동에서 제자를 가르치며 틈틈이 농사짓는 삶을 살았으니 말입니다. 그의 시골살이의 즐거움에 대한 시를 한 수 더 소개합니다.
南隣花接北隣花(남린화접북린화) 남쪽 마을 꽃은 북쪽 마을에 이어지고
東圃瓜連西圃瓜(동포과련서포과) 동쪽 밭의 오이는 서쪽 밭에 이어졌네
峯影送人溪路轉(봉영송인계로전) 시냇물 굽이도는 곳에 봉우리가 비치는데
白雲深處有仙家(백운심처유선가) 흰 구름 깊은 곳에 신선의 집이 있다네
-박세당, <시골집[촌거(村居)>
어떤가요? 마을과 마을, 꽃과 꽃, 오이와 오이, 봉우리 그림자, 흰 구름 깊은 산속 나의 집이 눈앞에 있는 듯 그려지는지요?
10대 생각
·꼭 도시가 아닌 시골이라도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며 즐겁게 지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시인 것 같다. 풍족하고 부유한 삶이 아니라도 기쁨을 느끼며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 이 글을 읽고 자연과 동물들과 함께하면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게 산다면 정말 고요하고 평화로울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즐거움과 행복, 마음속의 평화로움을 느꼈다.
·이 글을 읽으며 내 미래도 생각해보고 그려볼 수 있어 나에게 도움과 힘이 된 것 같아 감사하다.
· 내가 만일 은퇴 후 시골집을 짓는다면 뒤쪽에는 산, 앞쪽에는 연못이 있고 옆에는 동물들과 밭이 있으면 좋겠다. 산과 연못이 있으면 평화로움과 고요함,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주변에 동물들이 있다면 나는 동물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좋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손수 밭을 가꾸며 내가 기른 것을 먹으면 뿌듯할 것 같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남의 시선이 아닌 내 삶을 나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 큰 창이 있어 아침에는 따스한 햇살을 느낄 수 있고 저녁에는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볼 수 있다. 아침에는 새들의 지저귐, 저녁에는 귀뚜라미 소리와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작고 소소하지만 지친 일상에 편안함을 주는 집을 짓고 싶다.
· 내 삶을 돌아보고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깨닫게 되어 감사하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
·한적하지만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예쁜 마을에 마당과 취미로 채소나 과일을 기를 수 있는 작은 텃밭이 있는 주택을 짓고 꾸며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
·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하는 시골 생활의 기쁨을 알게 되었고 산과 샘물, 연못이 있는 시골의 아름다운 모습 하나하나를 떠올려 볼 수 있게 되어 좋았다.
· 은퇴하기 전 충분히 돈을 모은 다음 열심히 살아가느라 누리지 못했던 것을 누리며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여행 다니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
·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산에 집을 짓고 싶다. 마당이 넓고 나무가 많은 정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휴식 공간이 넓었으면 좋겠다.
·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다 사서 하루 종일 천천히 읽어 보고 싶다. 은퇴한 뒤 동화 작가를 해보고 싶다.
· 너무 크지도 넓지도 않은 소박을 집을 지어 나 혼자 식물을 가꾸며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리 짓는 삶을 살고 싶다.
· 나의 주변에도 생각보다 많은 자연이 있는 것에 감사했고 박세당의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어 감사하다.
· 사랑하는 남성(남편)과 함께 바다를 보며 살고 싶고 내가 배우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며 살고 싶다.
· 집 앞에 예쁜 꽃들이 있고 마당을 뛰어다니는 강아지 한 마리와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집을 지어 살고 싶다.
·은퇴 후 책을 많이 읽어 보고 싶다. 지금 읽어도 되지만 학교와 학원을 가야 되기 때문이다. 또 목도리와 장갑을 뜨면서 노래를 듣고 싶다. 지금 충분히 가능하지만 공부하려면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여러분이 은퇴 후 시골집을 짓는다면 어떤 곳에 어떤 형태의 집을 짓고 살고 싶은지요?
2. 여러분은 은퇴 후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2~3가지 적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