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우리 선비와 농사를 노래하다
蕪菁花已過(무청화이과) 무의 꽃은 이미 저물었고
得雨萵苣肥(득우와거비) 비를 맞은 상추는 살이 올랐구나
靑靑泥中芹(청청니중근) 진흙 속 파릇파릇한 미나리는
出水亦芬菲(출수역분비) 물 밖으로 향긋한 줄기가 솟아났구나
種瓜滿東畦(종과만동휴) 동쪽 밭두둑에는 오이를 가득 심었으니
引蔓無所歸(인만무소귀) 뻗은 덩굴이 갈 곳이 없는데
左右多惡木(좌우다악목) 좌우로 나쁜 나무들이 많으니
愼莫相因依(신막상인의) 부디 조심하여 기대지 말아라
- 이행(李荇, 1478~1534), <채소밭을 매며[리소(理蔬)>
용재(容齋) 이행은 조선 중기 연산군, 중종 때의 문신으로 갑자사화(甲子士禍, 1504년 연산군의 어머니 윤씨의 복위 문제에 얽혀서 일어난 사화) 때 폐비 윤씨의 복위를 반대하다가 유배되었습니다. 이 시는 1504년 유배지인 충주에서 텃밭을 가꾸며 지었습니다. 유배 생활이란 것이 언제 목숨이 달아날지 모르는 상황이라 채소밭을 가꾸며 유배지에서의 심란한 마음을 다스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홍희창, 《선비들의 텃밭 조선의 채마밭》, 134~135쪽 참조).
무꽃은 한 쌍의 나비꽃 혹은 고운 한복의 빛깔이 연상될 만큼 청초하고 아름답습니다. 때마침 비가 내려 상추는 살이 오르며 생기를 머금고 있습니다. 진흙 속 파릇파릇한 미나리는 호기심 어린 어린아이 마냥 물 밖으로 얼굴을 쑥 내밀고 있습니다. 동쪽 밭에는 오이를 가득 심어 두었는데 뻗은 덩굴이 갈 곳을 잃어버린 모양입니다. 뿌리가 굵고 거친 나무들이 많으니 피해서 가라고 물가에 애를 내놓은 듯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 상추, 미나리, 오이 등 이행이 심은 채소들은 오백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채소들입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미나리의 경우 진흙 속에서 자라기에 11월 수확기에는 장화를 신고 직접 들어가 건져 올립니다. 오이 덩굴이 갈 곳이 없는데 / 좌우로 나쁜 나무들이 많으니 / 부디 조심하여 기대지 말아라 / 는 시구는 험난한 세상살이에서 부디 처신을 잘해서 몸과 마음을 다치지 말자고 마치 자신에게 당부하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당시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잘 드러내는 시가 있어 소개해 봅니다.
悔不早作農家夫(회불조작농가부) 진작에 농부가 못 된 것을 후회하노라
弊廬足以容吾軀(폐려족이용오구) 낡은 집은 나의 몸을 깃들일 만하고
薄田足以供官租(박전족이공관조) 한 뙈기의 밭은 관가의 세금을 바칠 만하며
山有藜藿澤有菰(산유려곽택유고) 산엔 명아주잎 콩잎 못엔 줄풀 있어
有口不愁生蜘蛛(유구불수생지주) 산 입에다 거미줄 칠 걱정이 없다면
百年如此眞良圖(백년여차진량도) 평생에 이러한 생활 참으로 좋은 것
世間萬事非所虞(세간만사비소우) 세상만사는 근심하지 않아도 되련만
達官厚祿奉爾娛(달관후록봉이오) 높은 관직 많은 녹봉은 쾌락을 주지만
榮幸自與憂患俱(영행자여우환구) 부귀영화는 본래 우환을 동반하게 마련이라
往不可悔歲月徂(왕불가회세월조) 흘러간 과거는 후회해도 소용없느니
仰天一哭雙眼枯(앙천일곡쌍안고) 하늘 우러러 통곡하매 눈물도 말랐구나
- 이행, 평생에 잘못하여 괜히 선비가 됐나니[평생실계위유(平生失計漫爲儒)]
애초 입신양명의 포부를 안고 18세의 어린 나이에 그는 관직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남들이 다 하니까 나 또한 세상을 크게 경영해 보아야지 하는 욕심이 어린 마음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10년간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이런 저런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입니다. 당파 싸움과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27의 나이에 유배 생활을 하며 크게 와닿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10년간의 짧은 정치 인생이었지만 그는 많이 지쳤나 봅니다. 진작에 벼슬길에 발 들이지 말고 농사꾼이 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본의 아니게 귀촌을 하게 된 그는 허름하지만 몸을 누일 수 있는 집과 텃밭, 주변의 맑은 경치, 산에서 절로 나는 나물이 있어 욕심부리지 않고 평생을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자족하고 있습니다. 높은 관직과 많은 월급, 부귀영화가 세속의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행복에는 불행이 엎드려 있고 불행에는 행복의 싹이 나듯 사람의 삶이란 것이 언제 어떻게 바뀌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커다란 슬픔을 내비치며 시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지금 처지가 억울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뜻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아쉬움에서일까요? “하늘 우러러 통곡”한다는 시어에서 우리는 그의 아픔을 짐작해 볼 뿐입니다.
저 또한 글로만 농사지으니 수시로 부끄러움이 일어납니다. 은퇴 후 조그마한 오두막집 한 칸 짓고 마당 한 켠에는 화초, 과일나무, 텃밭을 가꾸며 반려동물로 닭, 개, 소 등을 키우며 자연스레 타고난 본성을 보존하며 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 내가 60대 정도 되면 전원주택을 지어 넓은 마당과 자그마한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고 싶다. 자연 속에서 텃밭을 가꾸면 건강한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고 흙을 만지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으며 농작물을 키우고 수확하는 과정이 즐거울 것 같다.
·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지으면 배경이 회색빛이 도시에서 짓는 것보다 배경이 초록빛이어서 내 농작물에 대한 애착이 더 가고 싱싱하게 자라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되기 때문에 더욱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 시를 통해 산란한 마음이 들 때 다시 한번 내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유배 생활을 하면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높은 관직이나 월급, 부귀영화가 행복에 필수조건은 아닌 것 같다. 시골에서 농사짓고 살면 도시처럼 바쁜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니 여유로워서 좋을 것 같다.
· 텃밭을 가꾸게 되면 자신이 정성을 쏟고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농작물의 신선도가 달라지니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싸고 쉽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무, 상추, 미나리, 오이 등과 같은 채소들이 우리들의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어 우리가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자연 속에서 생활하게 되면 적어도 도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어 좋은 것 같다.
· 이 시를 통해 농부들이 자신이 가꾸는 채소를 자식처럼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과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해주시는 정성이 느껴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농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만 하는 일이 아닌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하다.
·농사를 지으며 작물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성취감, 뿌듯함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연 속 풍경과 환경에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한 느낌이 들게 될 것이다. 도시에서의‘빨리빨리’를 중시하게 되어 느끼는 압박감, 조급함을 잊을 수 있게 될 것이다.
· 채소가 몇백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밥상에 오르고 있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짓게 되면 농작물이 깨끗하고 더 맛있을 것 같고 자연에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하루하루가 바쁘고 소통이 작은 도시에서 살 때보다 시골에서 살며 신체적, 정서적으로 건강이 더 좋아지고 활기차지며 생명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될 것 같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여러분의 앞으로의 꿈이나 포부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2.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짓게 되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지 적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