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7일

by 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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飮食支性命(음식지성명) 음식은 인성(人性)과 천명(天命)을 지탱하는 것

無爲口腹累(무위구복루) 입과 배 때문에 누가 되게 하지 말라

- 김시습(金時習, 1435~1493), <음식(飮食)>



김시습의 호는 매월당(梅月堂)·동봉(東峰)·청한자(淸寒子)이며 스님이 되었을 때의 법호는 설잠(雪岑)입니다. 세조가 조카의 왕위를 빼앗는 일을 목격하고서는 평생 벼슬하지 않고 때로는 스님으로 때로는 일반인으로 전국 팔도를 유람하며 지냈고 그가 남긴 시는 3,000여 수에 달합니다.


성호 이익을 비롯하여 옛 선비들은 소찬(素餐:간소하게 먹음)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해왔습니다. 때로는 굶주리는 백성의 고통을 헤아리고자 왕과 왕비부터 반찬 가짓수를 3종류 이내로 줄이며 아픔에 동참하기도 하였습니다.


요즘은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유튜브의 ‘먹방’에서부터 시작해서 TV의 채널을 돌리다 보면 마치 먹기 경쟁이라도 하듯 다른 사람이 먹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이 생명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먹는 일이 가장 기본이 되고 필수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마치 먹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맛집 탐방이니, 한류를 전파한다는 명목으로 급식 관련 방송을 내보낸다든지, 해외에서 한식집을 차려서 수익 경쟁을 한다든지 하는 모습들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선 전기를 살다 간 김시습은 음식은 참된 성품과 하늘이 나에게 준 사명(使命)을 다하는 데 쓰일 뿐 입과 배를 위해 자극적이고 맛있는 음식을 구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동학의 제2대 교주인 최시형(崔時亨, 1827~1898)은 ‘이천식천(以天食天:하늘로써 하늘을 먹인다.’라고 하며 각자의 마음에 있는 하느님이자 천성(天性)은 오염되지 않은 천연의 음식을 절제하여 먹음[절식(節食)]으로써 기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오늘부터라도 달고 짜고 매운 음식을 찾거나 많이 먹기를 구하지 말고 내 몸에 맞는 이왕이면 직접 길러서 먹을 수 있는 간소한 밥상을 차려서 나의 천성도 보존하고 생명의 의미도 되새겨보는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나의 하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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