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는 고려 때 재상, 오늘날로 치면 국무총리를 지낸 문인입니다. 시와 술, 거문고를 매우 좋아한다고 하여 ‘삼혹호(三酷好) 선생’으로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이 시의 전반부는 “쌀 한 톨 한 톨을 어찌 가벼이 여기랴 / 사람의 생사와 빈부가 달렸는데”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농부는 농작물을 기름으로써, 의사는 사람과 짐승의 병을 치료함으로써, 교사는 무지에서 사람을 일깨워줌으로써 생명을 살려내고 이끌어주며 역할을 합니다.
농부든 의사든 교사이든 생명을 살려내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고귀하고 값어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부처님 같은 성인(聖人)도 하기 어려운 뭇 생명을 먹여 살리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 농부를 가장 존경한다고 그는 말하고 있습니다.
자식이나 부모를 잃은 크나큰 상심(傷心)으로 인해 밥이나 죽을 먹지 않는 것을 ‘곡기(穀氣)를 끊는다’고 말합니다. 봄에 씨뿌리고 가을에 수확할 때까지 마치 자식을 기르듯 자나 깨나 들여다보고 돌보는 행위야말로 거룩함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땅을 보고 흙을 만지며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잘 기르고자 애쓰고 땀 흘리는 농부야말로 우리 시대의 사표(師表:덕행이 높아 모범이 될 만한 사람)이자 등불이라 생각합니다.
봄철 모내기부터 시작해서 장마와 무더운 더위, 비바람을 이겨내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함께 겪어내고 갓 태어난 아이와 같은 햅쌀을 바라보는 농부의 표정과 마음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벼는 황금색 물결과 튼실한 알곡으로 우리의 마음을 기쁘게 해줍니다.
흙을 굽어보고 하늘의 뜻을 헤아리며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삶, 겸허하고 겸손한 삶의 자세와 태도로 살아가는 생명의 도예가인 농부의 발자취를 함께 따라가 보지 않겠습니까?
쌀 한 톨은 만물을 살리는 기초이자 근원입니다. 패스트푸드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그것의 의미를 한 번쯤 묵직하게 되새겨보고 생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