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9일

by 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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愛溪山(애계산) 산과 내를 사랑하는 것은

有利而無害(유리이무해) 이로움만 있을 뿐 해로움이 없다

玩花竹風月(완화죽풍월) 꽃과 대나무와 바람과 달을 감상하는 것은

有利而無害(유리이무해) 이로움만 있을 뿐 해로움이 없다

- 신흠, (申欽, 1566~1628), <야언(野言, 들판의 노래)> 중에서


상촌 신흠은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외가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레 외조부와 6촌에게서 글을 배우게 됩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정묘호란을 거치며 주로 외교 문서 작성을 담당하며 전쟁에 참여한 공로로 주요 관직을 두루 거쳤으며 인조 때에는 영의정에 오르게 됩니다.


그가 자연과 관련된 한시를 많이 남기고 노래한 것에 비해 죽을 때까지 관직을 놓지 못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나라에 필요한 인재로서 그의 역할이 컸음을 알 수 있고 그에 비례하여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산과 내를 사랑하는 것은 / 이로움만 있을 뿐 해로움이 없다”많이들 공감하실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일찍이 공자는 “마음이 어질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흘러가는 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에게서 지혜를 엿볼 수 있다.[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知者樂水)”라고 하였습니다. 산은 장중하게 늘 그 자리를 지키며 만물을 품어주고 길러줍니다. 시원한 계곡물 흐르는 소리, 폭포, 산 새소리, 다람쥐, 멧돼지, 인간 등 가리지 않고 다 받아주고 쉬어가라 합니다. 흘러가는 물은 또 어떤가요? 계곡물 소리에 젖어 가만히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 시간만큼은 딴 세상에 온 듯 온갖 근심 걱정은 잠시 내려놓게 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쉬지 않고 흘러가는 물을 보며 시간의 영속성과 생명의 이치, 자연과 나와의 관계를 성찰하고 사색합니다.


제 아들도 그렇고 저희 교육원의 남자 중고등학생들은 평소 꽃과 대나무, 바람과 달에 크게 관심은 없습니다.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이들 자연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의도적으로라도 감자, 콩,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와송, 상추, 잎 채소 등으로 텃밭을 구성하고 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대를 함께 세우고 흙도 고르며 옆에 자란 풀들을 수시로 함께 제거하고 보살피고 있습니다.


교육원 안의 코스모스, 쑥갓, 무궁화, 황금편백, 느티나무, 히말라시아, 반려견 등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비 오는 날 비바람을 함께 느끼면서 몸 깨우기도 하며 최대한 자연을 가까이서 접하고 느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자연에서 나서 자라다 자연의 품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우리는 대자연의 일부이자 만물과 동류(同類)임을 수시로 주의를 기울이고 자각하여 ‘또 다른 나’에게 친절함과 미소를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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