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11일

by 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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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以默而凝(도이묵이응) 도는 침묵 통해 성취되고

德以默而蓄(덕이묵이축) 덕은 침묵 통해 길러지네

- 장유(張維, 1587-1638, <默所銘(묵소명)> 중에서



묵소명은 장유가 그의 집에 붙인 이름입니다. 풀이하면 ‘침묵을 지키는 곳’입니다. 명(銘)은 글을 ‘새기다, 기록하다’는 뜻이며 한문 문체의 한 종류를 말합니다. 집의 이름을 ‘침묵하는 곳’이라 지으며 침묵의 효용에 대해 긴 호흡으로 글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위의 내용은 그중 일부입니다.


우리가 침묵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이가 들면 말은 적게 하고 귀는 많이들 열어 놓으라고 합니다. 말을 많이 하면 쓸모 있는 말이 적고 잔소리로 들리거나 꼰대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입니다.


침묵은 또한 겸손을 나타내기도 합니다.‘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내세우거나 떠벌리지 않고 침묵을 통해 늘 겸손합니다. 마치 자연이 자신을 알아달라고 아우성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노자는 일찍이 “공을 이루었으면 물러나는 것이 천지자연의 이치이다.[공수신퇴 천지도(功遂身退 天之道)”라고 하였습니다. 공치사(功致辭, 남을 위해 수고한 것을 생색내며 스스로 자랑함)하다가 불미스러운 겪은 인물들을 역사를 통해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침묵과 고요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자 상대방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법정 스님은 생전에 “말을 적게 해서 탈이 나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쓰는 말과 행동이 자연의 이치와 도와 덕에 부합하는 지, 생명을 살리는 말은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며 침묵을 실천해 나간다면 참나에 좀 더 가까워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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