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12일

by 은은


不敢傍高柳(불감방고류) 감히 높은 버들 곁에 가지 못함은

恐驚枝上蟬(공경지상선) 그 가지 위 매미를 놀래킬까 봐

莫敎移別樹(막교이별수) 다른 나무로 옮겨 가게 하지 마라

好聽一聲全(호청일성전) 한 곡조 끝까지 듣고 싶단다

-이규보(李奎報, 1168-1241), < 동산에서 매미 소리를 듣고[원중문선(園中聞蟬] >


여름이 되면 매미 소리가 한창입니다. “맴맴맴, 매에엠~” 하고 기도하듯 목청껏 울어댑니다. 이런 매미의 모습을 보고 소리를 들으며 한여름의 가운데에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아이가 어릴 때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 자리 잡은 첨찰산(尖察山) 쌍계사(雙溪寺)를 관광 겸 아이와 가족의 복을 빌기 위해 찾은 적이 있습니다. 계곡을 따라 쌍계사 입구로 올라가는데 커다란 자연 양산인 나무 그늘이 저희를 포근하게 감싸 주었고 청량한 계곡물, 매미 소리가 곁들여져 세속의 번뇌를 씻어주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의 이름 또한 첨예하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산이며 마치 쌍둥이처럼 절을 둘러싸고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 자연의 안배에 놀라고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매미는 잘 아시다시피 7년을 땅속에서 고행(苦行)한 뒤에 세상에 나와 여름철 2주간을 노래하다 나무줄기에 매달린 모습 그대로를 유지한 채 원래 있던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마치 고승(高僧)이 앉은 채로 열반(涅槃)하는 모습 그대로입니다.


우리 인간도 매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매미에게는 여름 한 철이듯 우리 인간도 지구별에 잠시 들렀다 가는 손님일 뿐입니다. 손님이 주인 행세하며 우주만물을 제 손아귀에 쥐락펴락하며 안하무인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이기도 합니다. 잠시 왔다 가면서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해코지를 해서는 안되겠지요.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는 상호연결감과 더불어 존재함의 각성이 오늘날 시급히 요청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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