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일
每事盡善(매사진선) 모든 일에 선을 다하라.
-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 1720~1799), <考妣墓焚黃祭文(고비묘분황제문)>
간밤에 비바람이 지나간 후 청명한 하늘이 맑고 밝게 다가오는 아침입니다. 교육원 향나무와 황금 편백나무 잎에는 사랑스럽고도 영롱한 물방울이 잎 위에 살짝 얹히어 귀여움을 자아냅니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게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느낄 수 있는 아침입니다.
매사에 선한 일을 행하기란 어렵습니다. 평소 남과 생명을 배려하는 마음과 그 실천이 생활화되어 있지 않다면 마음 내기가 더욱 힘이 들 것입니다. 더구나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누군가 하겠지’, ‘내 일도 아닌데’, ‘나의 선의가 저 사람에게 정말 도움이 될까’라고 고민하고 의문을 품는 사이 호의를 베풀 기회를 놓쳐버리기 일쑤입니다. 여기 아버지의 유언을 힘써 지키고 실천하기 위해 애쓴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영·정조대 명재상인 채제공(蔡濟恭)입니다.
위 글은 채제공의 아버님이 그에게 남긴 유언입니다. 그는 영조 때 판의금부사 및 한성부 판윤에 오르게 됩니다. 이에 영조의 명에 따라 돌아가신 부모님의 지위도 함께 올라가게 됩니다. 글에서의 분황제(焚黃祭)는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임금의 고명문(誥命文: 임금이 신하에게 명을 내린 글)의 부본(副本:원본과 동일한 사항을 기재한 문서)을 영전에서 불살라 고하던 제사를 말합니다. 자신이 이렇게 출세 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의 덕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선행의 실천은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하며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가능합니다.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자리에 있을 때는 말 한마디, 몸가짐 하나하나조차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기 마련입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자신을 시기하는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아 자리는 물론 목숨조차 보전하기 힘든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자[무자기(毋自欺)]’라야 만이 위 네 글자에 담긴 무게를 감당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평소 번암을 인생 선배로서 상관으로서 가까이서 지켜보고 모셨던 다산이 그의 집 이름(매선당(每善堂: 매사 최선을 다하는 집)에 대해 기록한 글을 인용하며 ‘매사진선’의 어려움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人不能每事乎盡善(인불능매사호진선) 매사에 선을 다하지 못한다면
終不免(종불면) 끝내 착하지 않은 사람이 됨을
爲不善人(위불선인)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니,
人之得成善之難(인지득성선지난) 사람이 선을 이루기가
如是矣(여시의) 어려움이 이와 같습니다
苟欲每事(구욕매사) 참으로 매사에
乎盡善(호진선) 선을 다하고자 한다면
明乎善(명호선) 선에 밝아서
而擇之(이택지) 선을 선택해야 하니
斯可以(사가이) 이렇게 하면
爲善矣(위선의) 선을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 정약용, 「매선당기(每善堂記)」
다산은 번암의 인품을 잘 알고 있어 그를 추켜세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의 어려움에 대해 후배로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습니다. ‘매사에 선을 다하’고자 한다면 ‘선’에 대한 생각이 자나 깨나 늘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일종의 루틴(일상의 반복)과 같습니다. 우리가 밥을 먹거나 길을 걸을 때 그것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듯 선에 대한 의지인 ‘선의지’를 평소 갈고 닦지 않으면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선’에 대한 반감과 나쁜 마음이 불쑥불쑥 일어나곤 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몸을 단속하는 방법으로 유가의 경전인 《중용(中庸)》에는 ‘십목소시(十目所視)’를 강조하였습니다. 환한 대낮이든 컴컴한 밤이든 늘 열 사람의 눈이 그대를 지켜보듯 행동하라고 하였습니다. 왕의 정치 입문서인 《대학(大學)》에는 ‘명명덕(明明德)’을 강조합니다. 자신이 본래 지니고 있는 밝은 덕과 지혜를 마음 수양을 통해 다시 밝히라는 뜻입니다.
공자는 “시에서 도덕적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예로써 자신을 바로세우며 악(樂)으로써 사람들과 조화하며 자신을 완성한다[흥어시 립어례 성어악(興於詩 立於禮 成於樂)]”(《논어(論語)》, <태백(泰伯>)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10대들의 DNA 속에는 선비 정신과 예의염치를 아는 선한 마음을 잘 간직하고 있음을 이들의 글쓰기를 통해 알 수 있었고 이들이 선한 마음을 잘 발현할 수 있도록 선현들의 모범적인 글과 선을 실천한 사례를 많이 제시하고 들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