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산문(시) 모음집2 입니다.
이 역시 지난번처럼 그 언젠가 메모장에 써둔 것들인데요.
쓸 땐 별로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좋은 것도 같,
아니 실은 좋은 글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그래도 꺼내봅니다.
한 명이라도 읽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을 듯합니다.
비 오는 화요일입니다.
모쪼록 양지길로만 다니시고 비는 하나도 맞지 마시고
그리운 이에게 그립다고 말할 수 있는 멋진 하루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재회>
이제 우린 서로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아졌다.
서글프게도 그것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당연했다, 그간 우리는 각각이었으니.
요즘엔 나이가 실감이 난다느니, 봄이 다 사라진 거 같다느니..
의미 없는 몇 마디를 나누다 결국 긴 공백만큼이나 깊이 어색해졌다.
너는 그런 우리가 불편해서 옷을 여몄고
나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척 커피만 홀짝였다.
우리에게 재회란 그런 것이었다.
불편하고, 어색하고, 찝찝한.
아주 오래 상상하고 기대하던 재회의 순간이 이렇게나 허무하다니.
<예외와 변칙>
이제부터 원래는 없을 겁니다.
당신 관련된 모든 것에서 저는 예외를 둘 겁니다.
제가 그간 어떤 사람이었는가 보다
당신과 어떤 사람이고픈 지가 더 중요하거든요.
<너>
너와 닮은 사람을 만났어.
그 앞에 앉아 있으니 꼭 네 앞에 앉은 것 같더라.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내내 네 생각을 했어.
그는 유일한 그일 텐데 어쩜 그렇게도 너와 많은 부분이 닮아 있었을까.
아니다, 어쩌면 그에게서 너를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새삼스레 네가 보고 싶었어.
자각 못하고 있었는데 내가 너를 보고 싶어 하고 있더라.
그게 일상이라 몰랐던 걸까.
아님 그간 정말 잊기라도 했던 걸까.
<에필로그>
그게 마지막 장이고
결국 더 이어갈 시즌이 없다면
이제 내가 기대볼 건 딱 하나뿐이다.
<햇살>
출근길 내내 당신 생각을 했어요.
몇 마디 나누지도 않은 당신과의 그 문장들을 보고 또 곱씹으면서 교무실에 앉았는데 글쎄,
앞자리 선생님이 교무실에 햇살이 떴다는 거 있죠.
햇살요? 하고 되물으니 제가 햇살 같다네요.
햇살이라니 그 빛을 담기에 저는 너무 초라한 사람인 걸요. 손사래를 치고 슬쩍 거울을 봤는데 정말 햇살 하나가 앉아 있지 뭐예요.
굳은 안색은 어디 가고 근사한 햇살 아가씨가 그 안에 있지 뭡니까.
당신 덕분에 학교에서 내가 이런 얼굴도 지어봅니다.
나를 햇살로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고백>
당신은 이유 없이 나를 찾아도 됩니다.
그냥도 가능한 사람이 됐어요.
음,
하지만 아직은 그게 퍽 민망할 테니까
우리 이렇게 해요.
당신은
구태여 갖은 핑계를 찾아서
뻔히 보이는 허술한 제안들을 들고
이유가 있는 척 나를 찾으세요.
그럼 나는
당신의 빈약한 논리에도 고개를 연신 끄덕여 줄 것이고
남들에게는 감춰둔 지름길을 슬쩍 짚어 줄게요.
조금 더 간곡히 말하자면
아마도 좋아한다는 말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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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몽글한 화요일 되세요.
제 글이 그 몽글함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화 요 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