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보다 압박

레슬링 김현우 선수 편파 판정을 지켜보며

by 노완동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되면 흥분한 당사자가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이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는 거지”란 조언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 역시 많이 들었고 그때마다 더러우면 치워야 하고 무서우면 극복해야지, 왜 피하는 거지란 생각을 하곤 했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의 김현우 선수가 16강전에서 (국가와 이름은 더러워서 언급하지 않겠다) 어처구니없는 판정으로 패했다. 오심은 경기의 일부이지만 그걸 보완하기 위해 비디오 판정을 도입했고 거기에서도 명백한 사실을 바로 잡지 않으면 그건 오심이 아니라 고의적인 조작인 것이다. 본인보다는 아니겠지만 코칭스태프, 중계진, 그리고 온 국민이 억울한 심정으로 땅을 치고 울분을 토했다. 그 상황에서도 동메달을 딴 김현우 선수는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러웠다.


그것과는 별개로 부당한 판정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판정은 번복되지 않는다고? 판정을 번복하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다. 우리 선수들의 남은 경기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한다.


오히려 남은 선수들의 괘씸죄가 우려된다고? 심판진이 그런 점을 고려했다면 비디오 판정에서 바로잡았을 것이다. 애당초 한국 선수, 아니 한국이란 나라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레슬링연맹 회장이 세르비아 사람이고 실무 부회장이 러시아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그게 어쨌다는 건가. 올림픽은 전 세계가 참가하는 대회이고 이런 편파 판정이면 어차피 메달을 따기도 힘든데 레슬링의 불공정성으로 인해 퇴출되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시작하면 문제 될 것도 없다.


우리의 억울함을 알아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판정에 여러분 모두가 희생될 수 있다고 알리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인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너희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똑바로 해야 할 것이라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김현우 선수의 억울한 심정을 공감하는 것과 또 다른 희생양을 막는 것은 같은 지점을 바라보지만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결과만이 성과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