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成事)

내 아이에게서 배우는 것들 3.

by 노완동

전설로 듣기만 하던 “왜요” 무한 반복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말문이 늦게 틔여 여전히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이 많고

대체로 어디선가 들었던 말을 반복하는 것이긴 하지만

어떨 때는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어린이집을 나오자마자


“모자를 써야 해요?”

“햇빛이 뜨거워서 써야 해요”


그늘진 곳으로 들어서자


“그늘도 시원해요”

“맞아요, 그래서 그늘로 가야 해요”

“그늘로 가면 모자는 안 써도 돼요?”

“그래요, 그늘에서는 햇빛이 없으니 벗어도 돼요”


다시 햇빛이 있는 곳으로 나오자


“햇빛이 뜨거워서 더워요”

“맞아요, 햇빛 때문에 날씨가 더워진 거예요”


무인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이자


“아이스크림은 참 시원해요”

“맞아요, 아이스크림은 차가운 거예요”


“아빠, 햇빛을 아이스크림으로 물리쳐요”


어떻게 아이스크림을 안 사줄 수 있겠나.


생각해 보면 일도 마찬가지이다.

처음부터 용건만 간단하게 전달할 수 있겠지만

큰 그림을 그리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면 성사되지 않을 리 없다.


엄마 아이스크림도 하나 고르고

아빠는 알아서 하나 집으라는 녀석을 보며 맘 상하지 말자.

비즈니스의 기본을 다시 상기시켜 주지 않았나. 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