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기(復棋)

완동거사 MLB I 김혜성 선수의 NLCS를 위해

by 노완동

실수는 대부분 잘 잊힌다.

하지만 스포츠에서는 잘 잊히지 않는 실수들이 있고 그것 때문에 고통받는 선수들이 있다.


NLDS 4차전, 24살의 투수 커커링은 결정적인 실수를 범해 팀의 탈락을 결정지었다.

일리미네이션 경기의 11회 말, 2사 만루에서 투수 앞 땅볼을 유도할 만큼 출중한 실력을 지녔지만 그냥 1루로 던져도 이닝이 끝나는 포스 아웃 상황에서 굳이 홈을 선택하고 악송구로 이어졌다.


이걸 계속 먹잇감처럼 들먹이는 악질들도 있겠지만 정상적인 필리스 팬들 뿐 아니라 일반 야구팬들도 2025년 NLDS의 4차전이 어떻게 끝나서 다저스가 NLCS에 진출했는지 말할 때마다 커커링 선수가 언급될 것이고 그 고통은 온전히 커커링 선수의 몫이 될 것이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진심을 다해 커커링 선수를 도와주어야 할 것이고 부디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멋진 선수 커리어를 이어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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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팬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논의할 것이 없겠지만 한국 팬이라면 조금 다르다.


김혜성 선수는 와일드카드 3경기 포함 토털 7 경기만에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 출전했다.

그것도 대주자로 말이다.

하지만 이 대주자는 경기를 결정지을 득점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인정받은 부분이고 그만큼 중요하다.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과 그냥 달리는 것 중에 누가 더 빠르냐는 논쟁거리이긴 하지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에서 보여주는 각오 혹은 열정을 빼면 그냥 달리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포스 아웃 상황인 2사 만루에서 홈으로 들어오는 주자도 마찬가지이다.

굳이 슬라이딩을 할 필요는 없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홈으로 쇄도해야 한다.


커커링 선수의 송구가 택도 없이 빗나갔지만 만약 정확하게 들어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냥 아웃 타임이었다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세이프 타임이었다면 홈플레이트를 밟지 못한 김혜성 선수의 실책은 팀의 큰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겼으니 됐다고? 모두가 승리의 기쁨의 들떠있을 때는 상관없다.

하지만 NLCS와 월드시리즈를 냉정하게 준비해야 하는 오늘도, 내일도 괜찮은가?


대주자의 역할을 부여받은 선수의 베이스러닝은 작은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

물론 7차전을 진행하니 대주자 외 다른 역할도 부여받을 것이다.


커커링은 그 실수 하나를 빼면 자기 역할을 다했다.

반대로 실수 하나 때문에 다른 역할을 맡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포스트시즌이란 원래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잔인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김혜성 선수의 건투를 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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