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성장이자 동시에 현재의 귀중함을 전해준다
성장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은 기록이다.
성장은 현재를 통해 알 수 없다. 뒤돌아보니 보이는 것이다.
보이기 위해선 남겨야 한다. 무엇이라도 끄적여야 한다. 그것이 기록의 이유다.
세상에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은 없다. 농부가 매일 조금씩 밭을 가꾸듯, 작가가 한 글자씩 이어 책을 완성하듯, 우리의 성장도 작은 순간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축적의 대표적인 방식이 바로 '기록'이다.
간단한 영감의 메모부터 깊은 내면의 일기까지, 기록은 '보이지 않는 나의 자산'을 쌓는 일이다. 당장은 보이지 않을지라도,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보물이 되는지 깨닫게 된다.
2020년, 나는 인스타그램에 작은 영감 계정을 만들었다. 일상을 포획하고 이를 재해석하기 위해 시도했다. 또한, 마케팅과 브랜딩을 시도하기 위한 초석이었다. 초기 게시글을 10개 이상 올리기 전까지 0명이었던 공감자들이 어느새 500명까지 확장되어 소통할 수 있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은 팔로워들에게 가닿았고 댓글로 의견도 나눌 수 있었다. 그저 감사였다. 생각의 갈레가 다른 여러 사람들의 고견을 들으며 확산되기 시작했고 이는 수용의 관점으로도 연결되었다.
사람들과 다를 수 있음을 깨닫고 어떤 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수용해야 할지 연습하는 훈련이 되기도 했다. 즉, 내가 좋아서 시작했던 기록은 어느새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기록이 되었고 조그마한 사회를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내 식대로 풀어냈고, 감동받은 순간을 적어 나만의 언어로 재구성했다. 처음엔 단순히 정보만 받아들이던 내가, 정보를 '내 것'으로 소화하기 시작했다. 일차원적인 인풋이 다차원적인 아웃풋으로 변했다.
생각이 깊어졌고, 해석하는 눈이 달라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실제 브랜드에서 연락이 왔다. 협업 제안이 들어오고, 내 글이 다른 플랫폼으로 퍼지기도 했다. 처음엔 작고 별것 없어 보였던 기록이, 나를 세상과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되어준 거다.
생각의 확장이 누군가를 깨울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작은 씨앗과도 같았던 게시글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들판의 꽃이 되었다.
이는 곧 내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단 뜻이다.
이를 통해 배운 건 두 가지다.
첫째,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을 꽉 움켜잡는 것
둘째, 나다운 기록에 관심 있는 이들이 모이고, 그것이 곧 나의 브랜딩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무어라도 좋으니 자신만의 기록을 해나가면 그 이야기에 모이는 소리꾼들이 있다.
그 꾼들과 함께 생각을 확장하다 보면 어느새 성장해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 (1)
당신의 기록이 언젠가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면, 오늘 당신은 무엇을 남기고 싶나요?
질문 (2)
만약 기록이 '당신 안에 숨은 정원'을 키우는 일이라면, 오늘 당신은 어떤 씨앗을 심고 싶은가요?
그다음은 '플래닛 라이트 포인트'라는 이름으로 기록을 시작했다.
이것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코칭을 받은 이후였다. 삶도 지지부진하고 무기력감이 드는 순간 코칭 이후 실행한 액션플랜이었다.
플래닛 라이트 포인트는 나만의 작은 행성 가운데 빛나는 포인트들을 기록하는 것이었다.
즉, 하루 중 내가 가장 빛났던 순간을 기록하는 거였다. 처음엔 좀 어색했다.
"오늘 내가 빛났던 순간이 있긴 했나?"
하지만 억지로라도 하나를 찾아 적다 보니, 내가 생각보다 자주 누군가를 웃게 만들었고, 내가 예상보다 자주 나 자신을 넘어서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기록은 내게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작은 확신을 심어줬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중 두 달 전의 기록을 꺼내보고자 한다.
꽤나 쌀쌀한 날씨에 마라톤 연습을 위해 시내 한 바퀴를 뛰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다가 숨이 조금 가빠오자 걷기 시작했다. 200미터쯤 걸었을까? 갑자기 옛날 슈퍼마켓에서 할머니 한분이 나오셨다. 그러고선 지나가던 내게 자기를 도와줄 수 있냐 물었다.
다시 뜀박질을 할 찰나의 순간에 할머니를 도와주기로 결심했고, 이끌리듯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간, 아담하게 놓인 물건들이 있었다.
할머니는 은행에 들러 자신이 입금한 내역을 확인한 종이를 가져왔는데 이를 버스회사 측에 보내야 된다고 했다. 그러나 폴더폰을 잘 사용할 줄 몰랐던 할머니는 내게 그쪽으로 사진을 전송해 달라고 요청하셨다.
서류를 사진 찍고 해당 회사 측으로 문자를 보냈다. 보내는 중 뜀박질에 열기가 가시지 않아 땀방울이 화면에 떨어져 조금 죄송하였지만, 이내 닦고 무사히 전송을 했다.
그러자 답답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기쁜 표정으로 내게 말하셨다.
"됐어~? 아휴 너무 고맙네~"
그러시곤 터벅터벅 걸어가 휴지 몇 칸을 뜯어서 땀을 닦으라고 하셨고, 고맙다며 새하얀 서울우유를 손에 꼭 쥐어주셨다.
그날 나는 그저 한 명의 사람이었지만, 누군가를 도왔다. 더불어 사는 이 세상에서 누군가에겐 정말 어려운 일들을 내가 쉽게 도와줄 수 있어서 감사하고 빛났던 하루였다. 할머니의 삶 가운데 마음의 짐을 덜어드렸다는 생각이었다.
자기 전 위와 같은 내용을 작성하니 그저 편안했다. 조금씩 메말라가던 심장이 살아나는 듯만 했다.
꾸준히 작성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옹졸했던 나 자신이 가치 있게 변화되어 가고 있다. 기록이 주는 힘을 느끼며 하루를 곱씹고 잘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자신감과 당당함을 획득한 나는 관계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질문 (3)
오늘 하루 중 당신이 지극히도 빛났던 순간이 언제인가요?
나는 브런치에도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삶에서 느낀 감사함, 따뜻한 서비스를 받았던 순간, 사소하지만 소중한 감정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조금씩 쌓아 올린 글들은 결국 10만 뷰를 넘어섰다. 뷰 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 변했다는 거다.
하루를 그냥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루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브런치 기록을 통해 알게 됐다.
인생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아주 작은 순간들이라는 걸.
바쁜 일상에서 오늘을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 주어진 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하지만, 지나 보니 어떤 하루를 살았는지 알 수 없다.
망각의 하루들이 집합되면 활력을 잃는다. 무의식적으로 살아가는 삶이 지속된다. 그러다 보면 사소한 것들이 보이지 않기 시작하고 커다란 성취와 성공만을 갈망하는 경우를 지인을 통해 종종 목격한다.
언택트부터 SNS가 활발해지면서 대면 교류의 힘을 잃기도 했다. 졸업식은 온라인으로 대체되기 일쑤였고, 갓 대학에 입학한 사람들은 코로나와 함께 유대감을 상실해 버렸다.
그런 상실감 속에서 현장을 목격하고 현장 안에서 피어난 따뜻한 감사의 경험을 전하고 싶었다.
놓치는 오늘을 살지 않고 관찰을 통해 따뜻한 경험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현재의 삶에, 그리고 사소한 것에 만족감을 느끼려 애쓰게 되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말하는 이들이 대다수지만,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다. 행복은 커다란 것이고, 미래에 쥐어야 가능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록을 통해 하루와 현재에 감사하게 되었다.
서점에서 아이들의 지저귀는 목소리, 운동을 하다가 보이는 생생한 표정들
카페에 앉아 관찰한 직원의 따뜻한 배려심 등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행복했다.
하루의 온전함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사소함을 만끽하게 되었다.
기록은 우리에게 현재를 선물한다.
내일의 계획과 어제의 후회 사이에서, 지금 이 순간의 의미를 잊어버린다.
그러나 무언가를 기록할 때, 우리는 온전히 '지금 여기'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집중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질문 (4)
오늘 하루 누군가에겐 지극히 사소하고 평범할지라도, 당신에게 행복이었던 건 무엇인가요?
기록은 단순히 기억을 저장하는 걸 넘어선다.
기록은 생각을 정리하고, 삶을 해석하게 만든다. 기록은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준다.
기록은 나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창이 되어준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언제 가장 성장하는가?
'사는 대로 살 때'가 아니라, '사는 걸 바라보고 되짚어볼 때' 성장한다.
기록은 그 과정을 가능하게 만든다.
기록은 때로 지루하다. 가끔은 "이걸 왜 하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날에도 나는 안다. 기록은 나를 지키는 가장 조용하고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걸.
하루의 작은 감정을 놓치지 않고, 하루의 작은 성취를 스스로 축하하며, 하루의 작은 후회를 내일의 약속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걸.
기록은 세상의 속도에 떠밀리지 않고, 내 삶의 리듬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질문 (5)
기록하지 않고 지나간 순간 중, 지금도 마음에 남아있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말로 붙잡아주고 싶은가요?
오늘 당신이 남기는 한 줄의 글이, 미래의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어려운 시간을 견디게 하는 위로가 될 수도 있고,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될 수도 있다.
종이 한 장. 휴대폰 메모장 한 칸. 아니면 그냥 마음속으로라도 좋다.
오늘, 가장 빛났던 순간을 하나만 적어보자. 오늘, 가장 따뜻했던 감정을 하나만 기억해 보자.
그 기록이 쌓이면, 부끄럽지 않은 나의 일면을 충분히 마주하며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아, 나는 매일 조금씩 성장해 왔구나."
"나는 매일 조금씩 나를 더 사랑해 왔구나."
기록은 결국 우리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증거가 된다.
일곱 번째 보물 요약
1. 기록은 누군가의 생각을 깨울 수 있는 수단이 된다
2. 기록은 나 자신을 가치 있게 변화시킨다
3. 기록은 현재에 집중하게 만들어 삶을 풍요롭게 재해석한다
4. 기록은 우리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증거로 남는다
푯말을 보고 들어온 사람들에게 나의 기록 밥상을 선물한다.
나의 이름을 보고 들어온 사람들이 밥상에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러자, 집안 가득 온기가 흐른다.
나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밥상에 사람들이 웃음을 짓기 시작하자
나우디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