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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정엽 대만은 지금 Feb 03. 2021

[조잘조잘] 대만에 온 지 벌써 10년

9라는 숫자에 은근 집착하는 나

브런치에 가입했다. 그냥 글이 쓰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가입했다. 브런치에 가입한 뒤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었다. 여러 글들을 읽는 동안 나는 단편 작품들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휴대폰에 설치된 브런치 앱을 가끔, 아주 가끔 켰다. 한국어로 된 책이 읽고 싶을 때마다, 힐링이 필요할 때마다 그냥 그렇게. 그리고 글은 쓰지 않았다. 얼마 후 용기를 내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들고 한 문장씩.


브라운아이즈의 노래 ‘벌써 일 년’이 자꾸 내 귓가에 맴돈다. 내 청춘이 시작되던 그해 나에게 정서적으로 영향을 준 노래다. 당시 이 노래를 듣거나 부르면서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을 그리워하곤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곡은 2001년 브라운아이즈 1집에 수록됐다. 그리고 벌써 일 년이 벌써 이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버렸다. 무정하게도 가버렸다.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것은 시간임이 분명하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 년의 노래가 나온 해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강산이 두 번 변할  수 있는 시간이 흘렀다. 요즘 그렇게 20년이란 시간을 곱씹어 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시간의 절반을 ‘대만’이란 곳에서 보냈다. 엊그제 대만에 온 것 같은데, 어느덧 연차가 두 자릿수가 됐다. “저 대만 온 지 10년 됐어요”라고 말하면 “온 지 9년 됐어요”라는 말보다 전문가의 느낌이 강하게 든다.


‘’ 어깨에 힘 좀 줘 볼까?’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다시 겸손한 태도를 취한다. 아직 대만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알고 싶은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겸손한 태도로 돌아온 나는 이내 자성 모드로 돌아간다. 그리고 숙연해진다.


‘대만에서 그동안 뭘 했니?’


나는 나 자신에게 일 년간 생각날 때마다 이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한 답을 줄곧 찾지 못했다. 그렇게 일 년이 흘렀다. 와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자괴감보다는 대만에 거주한 10년 간 세월 따라 늙어가고 있는 내 모습에 말할 수 없는 허탈감이 강하게 들었다.


신기한 건 10년 간의 기억들은 마치 어제 일처럼 느껴지는데 그 이전 한국에, 미국에 있던 기억이 사라졌다. 단편적으로 기억만 날 뿐이다. 그때 거기서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만 얼핏 생각나고 이들의 이름을 떠올려 봤지만 도무지 이들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잘 지내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에 연락 한번 해보고 싶지만 연락처를 알 길이 없다. 우리나라 휴대전화 없이 지낸 지도 벌써 10년이다.


대만에 온 뒤 인생이 변했고 그렇게 십 년이 흐른 뒤 다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기분이다.


최근 몇 년을 회상해보면 9라는 숫자 즉, 아홉수 때 계획하지 않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것들은 모두 내 인생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난 이것에 대해 ‘은하철도 999’라고 부른다. 물론 혼자서지만.


1989년

1999년

2009년

2019년

9월

9일, 19일, 29일

9시 9분 9초

9살, 19살, 29살, 39살


예로부터 어른들은 아홉수를 조심해야 된다고 했다.  시대가 어느 땐데 숫자 타령이나 하고 있느냐고 혼자 스스로 질책해 본다. 그러고 보니 아홉수가 든 나이에 이유 없이 사단이 날 것 같아 남 모르게 걱정을 많이 한 기억이 있다.


9라는 숫자가 있던 그때만큼은 기억이 비교적 생생하기에 다시 아홉 또는 구라는 것이 집착하게 된다.


그리고 0에서 출발해 다시 1이라는 숫자로 돌아왔다. 2021년 1월.


잠시 머뭇거린 사이 1월은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고, 나의 대만 생활도 11년째로 접어들었다.


대만 타이베이시 타이베이101과 타이베이시정부(시청격) 야경 [본인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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