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는 괴소문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사용하는 것이 생활의 일부가 된 대만인들. 많은 이들은 지인이 보낸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 자기에게 거짓말을 안 하는 신뢰할 수 있는 지인으로부터 전달받은 정보에 대한 믿음은 100% 사실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지 않은 대만인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걱정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1차 접종은 물론 2차 접종까지도 말이다. 물론, 아직도 두려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기저질환 또는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는 더 하다.
이러한 두려움은 백신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을 만들었다.
대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나서 마취 등을 하면 안 된다”, “코로나 백신 접종 후 해산물 섭취를 하면 안 된다”는 소문들이 의학적 지식으로 둔갑해 유행했다.
중부 난터우현정부 등이 나서 백신에 대한 이러한 소문 두 가지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적이 있다. 비영리기관인 팩트체크센터도 가짜 뉴스라고 밝혔다. 난터우현의 경우 노년층 인구가 많은 점을 감안해 이러한 발표를 한 것으로 추측된다. 얼마나 심했으면 보도자료까지 낼 정도였을까.
필자도 이러한 소식을 지인으로부터 라인을 통해 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이 80세 이상 고령 인구라고 발표가 났을 때로 기억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나서 마취를 하면 영영 못 깨어난다는 이야기였다. 수술 또는 검사를 위해 국소 마취를 하더라도 말이다. 특히 치과를 조심하라고 소문은 당부했다. 대만인들에게 치과는 코로나19에 감염되기 가장 쉬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입을 ‘아’하고 벌리는 순간 감염된다고 말이다.
내 경우, 백신을 맞고 해산물을 먹으면 안 된다는 말 대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해산물을 먹으면 안 된다는 소문을 먼저 들었다. 소문은 이내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 모든 백신으로 변했다. 해산물을 먹으면 급사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처음엔 이상반응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더니 소문은 이내 변해 “사망한다”로 확신에 찬 메시지로 변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해외 연구에 따르면”이라는 글과 함께 말이다.
이러한 소문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리고 그 원인도 그럴 싸하게 포장됐다. 심지어 자신을 코로나19 일선 의료진이라고 소개하며 백신 접종 후 주의사항 등을 담은 음성파일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녹음 파일까지 떠돌았다. 소문이 코로나19 감염보다 다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대만 언론은 물론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백신에 대한 소문들이 대만인들 사이에서 신 지식으로 퍼져나갔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듯.
나도 이러한 소문의 일부를 믿었었다. 나는 해산물은 백신 접종 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 중 내가 타당하다고 믿었던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이 있는 이들이 백신 접종 후 해산물을 먹으면 급사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그 이유는 해산물의 콜레스테롤이 백신과 함께 하며 혈전증이나 심근경색 등의 이상반응을 일으켜 사망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곱씹어 보면, 해산물마다 포함된 콜레스테롤 함량이 다른데, 해산물을 다 싸잡아 일반화시켜 말했다. 해산물 과다 섭취를 경계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은 대만인들이 최소 하루 3알은 먹어야 한다고 권장하는 달걀에도 들어가 있다. 빵이나 쿠키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은 달걀보다 나쁜 것이 일반적인데도 이런 음식들을 먹지 말라고 하지 않은 것에 의구심이 들었다.
또 백신 접종 후 3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해산물과 술은 물론 자극적이고 매운 음식을 먹으면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이상반응이 일어난다고 했다. 외국 정부는 일찍이 이를 주의사항으로 알렸으나 대만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이러한 논리를 매운 걸 즐겨 먹는 한국인, 멕시코인, 중국 쓰촨 사람들에게 적용시키면 항체 형성은 0에 가까워야 하거니와 접종자 대부분이 심각한 이상반응을 경험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만 봐도 백신 접종 후 김치, 고추장, 고춧가루로 인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지는 않으며 김치, 고추장, 고춧가루로 인해 백신 면역력이 대폭 줄어들었다거나 항체 형성이 부진한다는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도대체 맵고 짜다는 기준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 아니던가. 아무것도 넣지 말아야 기장 객관적인 관점에서 맵고 짜지 않게 먹는 것이 아니던가.
본래 맵고 짠 걸 싫어하는 이들은 애초에 이렇게 막는 것을 경계해 왔을 테지만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맵고 짠 걸 먹는 이들은 이미 이러한 음식과 맛에 습관이 들었기에 맵고 짜게 막고 있다는 것을 인지 할리 없다. 그리고 이들은 더 자극적으로 먹을 리도 없다. 그냥 평소보다 약간 덜 짜고 맵게 먹으라는 것이 훨씬 논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한의사 격인 중의사에게 이 문제에 대해 직접 물어봤다. 그는 “그러한 소문들은 대부분 대만 노인들이 어떻게 해야 건강에 좋다는 상식과 백신 접종이 결합된 결과”라면서 그렇게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식습관을 들이면 그 누구에게도 건강에 좋으니 해서 손해 볼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단순하게 메시지가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새로운 습관을 들이면 좋지만 소문의 내용이 점점 죽는다는 등의 극단적인 표현으로 치달으면서 경각심보다는 걱정이나 두려움 또는 공포감을 유발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선에서 백신 접종을 담당하는 대만 의료진 다수에게 물어보니 일관된 답을 받았다. “백신 접종 시 주의사항에는 마취하면 안 되며 해산물을 먹지 말라는 항목을 본 적이 없다. 해외 어느 나라가 이런 규정을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라고 입을 모았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이 있다면 당연히 백신 접종 여부에 관계없이 식습관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대만은 지금’에 쓰려고 그렇게 기록을 해놨다. 그리고 잊고 있었다. 얼마 전 길을 가다 아들 딸 자랑을 하던 동네 어르신들의 대화를 들은 뒤 잠시 잊고 있던 기록이 떠올랐다. 어르신들의 대화는 기억을 되살려 대충 요약하면 이렇다.
“2차 접종 예약했는가?”
“응. 우리 아들이 오늘 아침에 해줬지. 자네는?”
“난 내가 직접 했지. 우리 딸이 며칠 전에 휴대폰 바꿔 줬거든. 아이폰 13이야. 자네는 아직도 12 쓰는가?”
“자네 그거 아는가? 우리 아들이 그러는데 백신 맞고 해산물 먹으면 안 된대. 난 그런 줄도 모르고 1차 접종하고 비싼 대하를 몇 마리 먹었거든. 이번엔 안 먹으려고.”
“아침 자네도 나처럼 고혈압 있다고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