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정엽 대만은 지금 Dec 27. 2021

정의에 대한 단상



나름 길다면 긴 시간을 대만이란 섬에 살고 있는 나는 정의라는 두 글자에 대해 참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었다.


정의를 한자를 가지고 정의해보면 (1) 正義 그리고 (2) 定義가 있다.  모르던 사춘기 시절 나는 (1) 정의는 위대하고 신성한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영향이었는지는 몰라도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는  알았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다. 아니, 참으면 안 되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내게 불의는 내 가치관과 달라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또한 불평등이라는 단어로 다름을 인정해달라고 요구를 하면서도 정작 상대방의 다름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비판적 사고를 지니는 것이 민주시민으로서  사회를 발전시키는 유일한 방법인  알았다. 그렇게 배웠다.


대만에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다 ‘정의라는 단어2016 이 참 많이 듣게 되었다. 역사 바로 세우기 등으로 우리말로 대체할  있는 정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


누구라고 딱 지칭할 수는 없지만, 과거 내 주변에는 정의란 단어를 입에 달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을 통해 정의는 프로파간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이들을 지켜보면 볼수록 느낌은 확신으로 변했다.


이들의 기준에 맞으면 정의, 그렇지 못하면 불의였다. 불의로 인해 당해왔기에 정의를 실현해 불의를 처단하는 것이 당연하다. 민주주의이고 자유주의이기에 불의에 맞서는 그들의 정의도 과거 여러 목소리 중의 하나있으며, 시대가 변한 만큼  이들의 목소리는 주류가 됐다는 논리의 정당화가 이들의 입에서 나온다. 이들은 민주사회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주인이라고 믿는다. 민주적이기에 남들과 다은 목소리를   있지만 자신과 다른 목소리는 듣지 않는다. 자신과 다르기에 틀리다는 이유로. 비주류이기에 옳지 않다는 이유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비주류던 시절 이들은 탄압 당했고, 이들이 주류가 되자 이들을 탄압한 자를 원흉이라고 낙인을 찍었다. 이들에 합류한 어떤 이는 과거 탄압하던 무리에서 밥 벌어먹던 자로 사회에 꽤 영향력을 발휘하던 인물이었지만 이득이 없었는지 미래가 안 보였는지 대세의 흐름이라는 노선으로 갈아탔다. 정의 실현을 위해서.


대만에 오고, 나이를 좀 먹고, 세상을 보는 눈이 좀 깼다 싶을 찰나에 정의에 대해 명료하게 정의 내리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할까? 승리하는 것이 정의일까? 강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정의일까? 정의는 정말 도덕적인가?


내 경험에 의한 기억을 소환해 보면, 대만에서 정의를 입에 자주 올리는 사람치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많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번에도 대만 기독교 잡지에 글을 실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