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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정엽 대만은 지금 Feb 09. 2021

대만 국가급 경보시스템 경고음은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새벽 규모 6.1 지진이 울린 14반의 경고음 그리고 대만의 재난방지 시




대만에 살면서 작은 묘미(?)는 지진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다지 좋은 경험이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나는 대만에 여행 온 이들에게 대만에 와서 지진을 한 번 느끼고 가면 본전을 뽑은 것이라고 말한다. 대만은 지질학 특성상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지진이 잦다. 대만은 필리핀해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2월 7일 새벽 1시 36분 대만 동부 해역에서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기상청에 해당하는 대만 중앙기상국은 관측소인 이란현정부로부터 85.1km 떨어진 해역이 진앙지라고 밝혔고, 진앙의 깊이는 112km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대만 최남단에 위치한 현인 핑둥(屏東)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흔들림이 감지됐다.


규모는 소위 에너지 방출량을 말한다. 지진파의 진폭을 이용해 계산된 값으로 변하지 않는다. 규모 1의 차이는 에너지양이 32배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모의 차이가 2라면 32x32배의 에너지 차이가 나는 것이다. 진도는 특정 지역에서 느낄 수 있는 흔들림으로 거리가 멀수록 감소한다.


이번 지진이 일어나기 직전 국가급 경보가 발송됐다. 대만에서 국가급 경보가 발령되는 경우는 지진의 규모가 5.0 이상일 때다. 여느 때와 달리, 이번 경보는 무려 14차례나 발송됐다.


새벽에 휴대전화에서 “삐이! 삐이!” 경고음이 셀 수 없이 많이 들려왔고, 이는 끄고 싶어도 끌 수 없기 때문에 14차례 동안 울리는 경고음을 본의 아니게 감상하면서 잠에서깰 수밖에 없었다. 역시 국가급 경보시스템이다. 전쟁이 터져도 이렇게 울릴 것만 같다.


대만 네티즌들은 지진보다 미친 듯이 울린 알람에 불만을 토로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에 “휴대전화 경보에 너무 긴장해서 잠이 사라졌다”, “경보가 지진보다 더 무섭다”, “전화가 고장 난 줄 알았다”, “먼저 알림을 받은 후 흔들림이 있었다”는 등의 반응을 쏟았다.


https://nowformosa.blogspot.com/2021/02/7-61-13.html



대만인들은 인터넷이 국가급 경보 알람 소리에 대해 “매우 불편하다”, “지진보다 이 소리가 더 무섭다”는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심지어 경보음을 바꿨으면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나는 이러한 의견들을 읽으며 십분 공감했다. 듣는 순간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긴장된다. 그리고 경보음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 개인적으로 이 경보음을 들을 때마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일들이 떠오르기에 더욱더 듣기 싫다.


도대체 이 소리는 왜 그리도 듣기 싫을까. 그 이유에 대해 나름 과학적 근거를 생각해봤다. 새벽에 자다가 들은 연속 14차례 울린 경보음 덕분이다.


수년 전에 대만 과학기술부 관계자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맞다! 경보음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주파수 때문이지!”


대만에서 지진과 같이 위급한 상황에서 알람을 발송하는 시스템을 재해방지경고시 템이라 하고, 영어로는 PWS(Public Warning System)라고 부른다. 미국의 EWS와 같은 개념이다. PWS는 정보통신부격인 국가통신위원회(NCC)가 제정한 '제3대 휴대전화 설비 기술 규범'에 따라 디자인됐다


대만의 시스템 알림음은 두 개의 주파수가 조합돼 소리가 번갈아 가면서 발생한다. 대만에서 사용하는 경고음의 주파수는 853Hz(헤르츠)와 960Hz다. 소리 하나는 2초당 1회, 다른 소리는 1초당 2회 울리는데, 이때 각 소리의 간격은 0.5초로 동일한 소리 패턴이 연속 두 번 울린다. 일반인의 가청 범위의 주파수는 약 20~20,000Hz다.

이들 주파수는 대만이 직접 연구해 정한 것일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해당 주파수는 1960년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공식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파수들이 인간의 귀의 가청 범위 내에서 겹치지 않고 거칠고 부조화스럽게 들린다. 알람으로 경각심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https://nowformosa.blogspot.com/2021/02/blog-post_71.html



2020년의 경우 대만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은 규모 6.7로 12월 10일 현지시간 밤 9시 19분에 발생했다. 이때 지진의 진앙지는 이란현정부에서 27.2km 떨어진 지점으로 진앙의 깊이는 76.8km이었다.


이 지진의 진앙지를 잘 들여다보면 지난 2월 7일 발생한 지진의 진앙지와 비슷한 지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지진이 발생한 뒤, 약 반일만에 여진이 11번이나 일어났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재산피해도 미미했다.



https://nowformosa.blogspot.com/2020/12/67-11-100.html



왕성한 지질 활동에 대만 당국은 재난용 국가 경보시스템을 확충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2일 대만에서는 최초로 화산 폭발 경고 메시지를 테스트 삼아 타이베이시의 일부 주민들에게 ‘훈련용’ 이라며 발송하기도 했다. 현재 화산 폭발의 위험은 없지만 당국 재난에 대비,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만들고 있다.


특히, 타이베이 북쪽 다툰산(大屯山) 일대와 대만 본섬 북동부 해안에 위치한 구이산섬(일명 거북섬)은 활화산으로 간주되고 있다. 지난 1만여 년 동안 최소 1번 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툰산은 타이베이에서 거리가 20km 미만이기에 폭발 시 피해는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화산 폭발의 조짐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만 당국은 이러한 재난에 대비하고자 2018년부터 화산 폭발에 대처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경보시스템에 대한 설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https://nowformosa.blogspot.com/2020/12/29.html


대만은 화산 폭발 알람 시스템뿐만 아니라 해저 지진 및 쓰나미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췄다. 지난해 12월 30일 대만 중앙기상국은 대만 남동쪽에 735km에 이른 해저 케일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 구축 작업은 2007년 처음 시작됐다. 이 시스템은 지진이나 쓰나미가 발생할 경우 조기에 경보를 발령한다. 규모 6 이상의 지진 70%가 대만 본섬의 동쪽에서 발생한다.


https://nowformosa.blogspot.com/2020/12/blog-post_8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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