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린이 두 달 만에 대회 출전?

완주를 목표로 했지만...

by 이제희

25년 8월 20일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10분을 연달아 뛰는 것도 힘들어서 걷고 뛰고를 반복해 겨우 30분을 채우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쉬지 않고 20분을 달리니 기분이 좋았다. 잘하면 30분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달이 넘어가던 시점에 쉬지 않고 30분을 달릴 수 있게 됐다. 페이스는 7분대였지만 30분 달린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쉬지 않고 30분을 달린 나 자신이 너무 대견했다.


그러자 욕심이 나기 시작해 이제 6분대를 쭉 이어서 뛰기로 했다. 6분 50초 페이스였지만 7분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때쯤 크루원들이 대회 이야기를 꺼냈다. 목표가 있어야 달리는 것도 재밌어진다며 당장 세 달 뒤인 11월 말에 있는 대회를 나가자고 말이다. 그때만 해도 걱정이 앞섰다. 10킬로미터를...? 5킬로미터도 겨우 달리는데 10킬로미터를 어떻게 달린담... 그래 그냥 완주를 목표로 하자! 하고 덜컥 대회 접수를 했다.


그런데 며칠 뒤,, 10월에도 대회가 있는데 10킬로미터 도전 전에 워밍업으로 나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사실 그때쯤 나는 물론 크루원들도 모두 달리기에 재미를 들이고 있는 시점이라 다들 좋다 좋다~ 대회 나가보자~라며 호의적인 분위기였다. 이미 그들의 알고리즘은 러닝에 잠식당한 후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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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일. 2달 만에 10k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영암 모터피아 전국 F1마라톤대회. F1 서킷을 뛰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아 신났다. 무엇보다 미국에서는 거의 혼자 뛰고 혼자 출전하느라 함께 뛰는 재미를 잘 알지 못했는데, 그때와 달리 모두가 스마트워치를 하나씩 차고 있고 어플도 잘돼있고 다양한 정보도 인스타와 유튜브를 통해 접하다 보니 서로 정보 공유를 하면서 러닝을 하는 게 꽤 재밌었다. 러닝 후 인증샷은 덤으로 재미를 더해주기도 했다.


뭐 뛰다 보면 결승선에 닿겠지! 가보자~! 는 마음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쉬지 않고 5킬로미터를 뛰게 됐고, 두 달 만에 6분대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1시간 10분-20분 사이를 목표로 달리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뛰니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노래를 부스터 삼아 뛰고 또 뛰었다. 그냥 그렇게 뛰다 보니 정말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러닝의 장점은 힘들다는 생각 외에 잡생각을 도로에 훌훌 뿌리고 온다는 느낌이 강하다. 지금 생각해도 그냥 힘들다 후후 숨차다 후후 코 좀 풀고 뛸걸.. 이런 귀엽고 하찮은 생각만 하다 보니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욕심이 나서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달리니 정말 심장이 터져버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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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기록. 런린이 전력투구의 흔적...

내가 어느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도 몰라서 초반에 내 기준 오버페이스로 달리다가 속도가 막 쳐졌다. 그래도 6분 30초대가 나의 원래 속도이긴 했지만 막판 스퍼트로 평균 6분 06초라는 페이스를 기록했다. 대회 공식 기록은 1시간 7초! 너무 뿌듯했다. 그런데 정말 너무 힘들어서 근육이 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10킬로도 힘든데 하프, 풀은 도대체 어떻게 뛰는지 다른 세상의 영역 같았다...


P20251019_103604993_E6A7797A-93D5-4416-9AE1-1112C617BEB6.JPG 모두 완주 성공!



런린이 오버페이스의 여파일까... 너무 힘이 들어 입맛이 뚝 떨어졌고 뒤풀이가 무려 삼겹살이었지만 식욕이 완전 삭제가 돼서 술 생각은 전혀 나지 않고 삼겹살도 겨우겨우 몇 점을 주워 먹었다.

P20251019_114248544_6E7A613C-FF75-4999-9FF5-12F074941DA1.JPG 대회 후 먹는 삼겹살~

영암마라톤대회의 전반적인 운영은 정말 엉망이었다. 한국에서 첫 대회였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마라톤대회를 여러 번 나가본 크루원의 말을 빌려도 정말 최악이었다. 도심이 아닌 허허벌판 영암 서킷에서 진행하면서도 주차난 때문에 경기 시작이 지연됐다. 그런데 장내 아나운서는 귀빈들 눈치를 보느라 "대회 운영이 잘 못 된 것은 아니고 주차를 늦게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멘트를 하지 않는가. 그 모든 것이 대회 운영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5킬로마다 배치된 물과 남은 킬로수 표기도 들쭉날쭉 엉망이었다. 사진도 제공되지 않았고. 나중에 사진을 보려고 공식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일부 참가자들은 모두에게 지급되는 영암상품권도 받지 못했고. 대회 후에 쌀도 선착순 제공되는데 이것도 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글들이 많았다. 아무튼. 한국에서의 첫 마라톤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엉망인 대회를 나가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크루원들과 함께 뛰는 재미를 알게 돼서 뜻깊고 재밌는 시간이었다. 누군가 영암대회를 나간다고 하면 추천을 하지 않을 것 같지만,, 러닝 붐으로 러너들이 많아지는 만큼 우후죽순 생겨나는 조악한 대회들에 대한 검열도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완주만 하자!는 목표였지만 1시간이라는 기록을 세워서 뿌듯했다. 11월 대회 전 몸풀기였지만 몸을 심하게 풀어서 녹아버리긴 했지만. 완주를 해서 뿌듯했고 러닝을 좀 더 배우면서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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