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_03

by 나우히어


눈앞이 너무 밝다. 아니다 내 눈은 감겨 있는데 어디서 밝다 못해 눈이 시릴 정도의 빛이 내리쬐는 것 같다. 살짝 오른쪽 눈을 떠보니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내 위에 환한 빛이 가득하다. 얼른 눈을 다시 감아버린다. 이렇게 하얀 형광 빛에 노출되어 있는 것보다 차라리 아까처럼 칠흑 같은 어둠의 상태가 마음이 더 편하다.

춥지는 않은데 옷을 거의 안 입고 있는 느낌이다. 그 한 겹의 옷이 접혀 올라갔는지 등이 살짝 배기는 것 같아 몸을 조금 움직여 본다. 그런 나의 움직임을 보고 누군가가 말을 건다.


“정신이 좀 드세요?”


내가 정신을 잃었던 건가. 말소리는 들리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내가 누워있는 이곳이 어디인지 전혀 모르겠다. 그러면 정신이 든다고 해야 하는 건가 아직 아니라고 해야 하는 건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으니


“이름이 뭐예요?” 한다.


누구 이름을 말하라는 건가? 내 이름? 아내 이름? 딸 이름? 누구 이름을 먼저 말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으니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세요?” 한다.


이쯤 되자 귀찮을 따름이다. 어차피 다 알고 있으면서 물어보는 것 같아서 대답하기가 싫어진다. 어린 시절, 딱 5분만 더 놀고 숙제를 하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숙제해야지~하면 하기가 싫어지는 딱 그 기분이다. 아니 사실 그건 내 기억은 아니다. 우리 어머니가 숙제해야지~라는 말을 하신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럼 저건 어느 드라마에서 보았거나 다른 사람의 글에서 읽은 내용인가 보다. 아무튼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물어보는 대로 대답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진다.


“남희..”


남희는 어디 있느냐. 내가 궁금한 것은 그것이었다. 그다음은 갑자기 이름이 생각나지 않지만 내 딸. 내 딸아이는 어디 있느냐 그것이었다. 남희와 딸이 분명히 같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 둘이 어디로 사라진 지 모르겠다. 그 둘이 내가 지금 여기 이러고 있는 것도 모르고 어떤 엉뚱한 사람들의 말을 듣고 다른 곳으로 간 것 같아 걱정스럽다. 남희와 딸은 자기들 딴에는 제법 씩씩하게 이 세상을 잘 살아가고 있는 줄 알지만 내가 보기엔 한없이 연약하고 어리석은 존재들이다. 그런 그 둘이 특히 남희가 내 눈앞에 없으니 큰일이다.


“남희...”

“조상준 님, 남희가 누구예요?”


몰라도 돼. 누군지 알면 또 무슨 엉뚱 소리를 해서 남희를 다른 데로 보내려고. 내가 여기 누워있다고 너희들의 그 속셈을 모를 줄 알지.


“조상준 님, 오늘이 몇 월 며칠이에요?”

“남희...”


그때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희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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