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뒤쳐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나는 왜 그렇게 서두르며 살았을까?
사람은 이유 없이 서두른다,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고 그 누구도 자기 뒤를 따라 오라 소리치지 않았다.
누가 쫓는 것도 아닌데 마음은 늘 앞을 향해 뛰고 있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앞서.
조금 더 눈에 띄게.
그 마음이 나쁘다고는 할 수는 없다.
본인도 빛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마음이 생기는 순간부터 삶은 무겁고 버거워진다.
누군가를 의식하기 시작하고,
누군가의 속도가 기준이 되고,
어느새 나는 나의 기준을 잃는다.
10년 전의 어느 날이었다.
회사에서 집까지,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야만 했던 날.
물려받은 자전거를 집으로 가져갈 방법이 그것뿐이었다. 차에 실으려고 했다가 실패해서 어느 퇴근 길 나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처음엔 단순히 ‘멀다’고 생각했는데, 달리기 시작하자 다른 감정이 올라왔다.
계속해서 나를 추월하는 자전거들. 다소 지치진 했지만, 사실 더 힘들었던 건 마음이었다.
‘왜 나는 이렇게 느리지?’ ‘자전거가 문제인가?’
그날 나는 페달이 아닌, 다른 라이더들과의 비교를 밟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단지 내 체력이 문제인 줄 알았다.
지나고 보니, 마음의 문제였다.
내 속도를 모른 채 남의 속도에 나를 맞추면 결국 오래 가지 못한다는 걸.
그리고 2년 전.
자동차 수리로 대중교통으로 집에 가야 하는데, 버스 정류장까지 너무 멀었다.
따릉이를 빌린 김에 그냥 집까지 한번 가볼까 싶어 한경 도로로 진입했다.
예전 기억이 있어서였을까. 이번에는 이상하게 욕심이 나지 않았다.
누가 앞질러 가도 상관없었다. 나는 그냥 페달을 밟았다.
그날 처음으로 푸르른 한강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신선한 바람이 나를 반겼다.
고된 하루를 씻어주는 기분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2년 동안 한겨울만 빼고는 계속 따릉이로 퇴근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속도가 아니라, 바로 기준이었다.
누군가와의 거리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며 가고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그래서 조급하지 않았고, 그래서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자꾸 앞서가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오래 가는 사람들은 빠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속도를 아는 사람들이다.
그저 나의 속도로 나아가겠다는 마음은 앞서겠다는 욕심보다 훨씬 단단하다.
우리는 내가 가고자 하는 길 위에서, 자신의 속도를 알아야 한다.
그 속도로 꾸준히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알게 된다.
애초에, 뒤처지고 있던 적은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