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못할 이유, 해낼 수 이유는 다 내가 만드는 것

무엇이 그 일을 해낼 수 있게 이유와 동기를 만드는가?

by 여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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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 그 가능성을 먼저 계산하지 않는다.

대신 방해가 될 요소부터 정리했다.

“지금은 좀 바쁘지.”

“이사 준비가 끝나고 나면 생각해 보자.”

“프로젝트 하나만 마무리되면 여유가 생길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늘 ‘지금은 아닌 이유’를 먼저 찾았다.

바쁨은 이유가 아니라 방패였다


올해, 나는 새해 목표로서 마라톤 대회에 나가고 싶었다.

거창한 기록이 목표는 아니었다. 단지 출전이라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러닝을 시작한 건 작년 여름이었지만 올해 따뜻한 봄이 오면 나도 마라톤 대회를 꼭 나가보고 싶었다.

따뜻한 봄날 인근에서 열리는 대회를 발견했다.

계절도 좋고, 거리도 적당했다.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동시에 머리가 계산을 시작했다.

이사 일정, 회사 프로젝트, 준비 시간, 컨디션 관리. 이 모든 걸 챙기려면 이번 참가는 좀 무리가 아닐까?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 “완벽해진 뒤”는 거의 오지 않는다는 것을.

선택하지 않으면, 후회하지 않아도 된다

신기한 건 이것이다.

신청하지 않으면 나는 후회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때 너무 바빴잖아.” “어차피 준비 부족이었을 거야.”

“다음 기회가 더 낫겠지.”

하지 않은 선택에는 언제나 합리적인 설명이 붙는다.

그리고 그 설명은 내 자존심을 지켜준다.

도전하지 않았으니 실패도 없다. 신청하지 않았으니 기록도 남지 않는다.

안전하다.

하지만 이것 만은 명심하자.

그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며칠 전, 겨울이 지나고 처음으로 야외에서 다시 달렸다. 차가운 공기 대신 부드러운 바람이 느껴졌다.

세 달 만의 러닝이었다.

숨은 여전히 찼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가벼웠다.

러닝의 상쾌함을 느끼고, 나는 나의 계획을 미루고 싶지 않아졌다.

집에 돌아와 바로 마라톤 대회를 신청했다. 망설임 없이 참가서를 제출하고 입금을 마쳤다.


그 순간, 생각의 방향이 달라졌다.

하지 못할 이유와, 해야 할 이유는 외부의 상황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신청 전의 나는 “지금은 안 될 거야”를 설명하고 있었다.

신청 후의 나는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지금 아무리 바빠도, 대회는 2달 후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있어도 저녁 시간까지 항상 메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충분히 중간에 스트레스 해소 겸 러닝 연습을 할 수 있다.

대회 날은 봄이다.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을 기다리다 보면 또 다른 핑계가 생길 것이다.


상황은 거의 변하지 않았는데 내 이유들은 바뀌었다.

돌아보면 그렇다. 정말 못 해서 못 한 게 아니라 안 하기로 정했기 때문에 못 할 이유가 만들어졌던 순간들이 많았다.

결심을 미루는 동안 나는 논리를 세웠고, 논리는 나를 설득했다.

하지만 방향을 정해버리면 그다음부터는 이유가 바뀐다.

못 할 근거 대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완벽한 때는 오지 않는다

삶은 늘 조금 복잡하고, 항상 어딘가 어수선하다.

모든 일이 정리되고, 마음이 완벽히 안정되고, 시간이 충분히 남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조건이 좋아져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했기 때문에 조건을 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마라톤이 내 인생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이번에는 나는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하나의 선택이 앞으로의 나를 조금은 다르게 만들 것 같다.


혹시 지금,

당신도 무언가를 미루고 있다면 상황을 더 정리하려 하지 말고 먼저 방향을 정해보는 건 어떨까.

이유는 그 다음에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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