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도로에서 배우는 것

운전을 통해 빠름이 아니라, 멈춤을 기다리는 법을 배우다.

by 여지행
revan-pratama-ZTE3hO-Cq-c-unsplash.jpg

운전을 하다 보면 사람의 성격이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를 알려면 운전하는 모습을 보라는 말도 있다.

차를 몰다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성급한지, 혹은 얼마나 여유로운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나는 평소 운전 중에 크게 예민해지는 편은 아니다.

누군가의 난폭한 운전 때문에 위험한 상황만 아니라면 웬만한 일에는 크게 화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상황만큼은 쉽지 않다.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을 때, 혹은 한 치도 움직이지 않는 정체 구간에 갇혀 있을 때다.

만약 내가 길 위에 서서 걷고 있었다면 어떻게든 속도를 높였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기 위해 뛰거나 빠르게 걸었을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었다면
갈아타기 가장 좋은 위치를 검색하며 조금이라도 시간을 줄이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안에서는 그럴 수 없다.

차를 두고 갈 수도 없고 도로 위에서 내 차만 따로 꺼내 달릴 방법도 없다.


결국 우리는 그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
움직이지 않는 도로 위에서, 그저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그때 문득 깨닫는다.


세상에는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운전은 그래서 내 조급함을 마주하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속도를 높이는 방법보다 속도를 내려놓는 법을 배우게 되는 시간.


엑셀을 밟는 기술보다
마음의 브레이크를 밟는 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구간에서는 전력 질주가 필요하지만
어떤 구간에서는 멈춘 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차선을 바꾸거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늦추는 것. 조급함을 내려놓는 것.

어쩌면 막힌 도로는 길이 막힌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 신호를 피하고 싶다면 조금 더 일찍 출발해 여유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배우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움직이지 않는 도로에서는 달릴 수 없듯이,

인생에도 어쩔 수 없이 멈춰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았으면 한다.

늦었다면 늦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된다.

“조금 더 일찍 나올 걸.”
“다른 길로 갈 걸.”


이미 지나간 선택을 붙잡고 후회하는 동안에도
지금의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어쩌면 우리는
그 사실을 배우기 위해

오늘도 막힌 도로 위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이전 25화하지 못할 이유, 해낼 수 이유는 다 내가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