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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되돌아갈 수 없다면, 지금을 사랑하는 연습

by 여지행

어느 봄날의 오후였다.

바쁜 일상을 잠시 벗어나 팀원들과 점심을 마친 뒤, 가까운 공원을 산책했다. 따뜻한 햇살 아래, 바람은 나뭇잎을 흔들고, 공기엔 봄 특유의 맑은 기운이 감돌았다.


그때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린이집 아이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에 한창이었다.

“움직였어!” 술래가 외치자, 아이는 “안 움직였어!” 하며 웃으며 도망쳤고, 갑자기 놀이가 술래잡기로 이어졌다.


그 밝고 천진난만한 웃음들로 공원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물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순간, 옆에 앉아 있던 후배가 조심스레 물었다.

“팀장님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해 보신 적 있으세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떤 무거운 책임 없이, 그리고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던 지난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지.

지금보다 마음이 훨씬 가벼웠던 시절이니까.”


말을 이어가며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만약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지금의 깨달음과 마음가짐을 함께 가져가지 못한다면...

결국 같은 실수와 같은 후회를 반복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


후배의 질문은 나를 짧은 시간 여행으로 데려갔다.

되돌아보니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우리는 과거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시선으로 그때를 다시 바라보며 미련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그 시절의 순수함이나 어리석음보다, 이제야 이해하게 된 마음으로 그 순간들을 다시 껴안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과거는 언제나 손 닿지 않는 곳에 있다.

그래서 그 미련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속에 조용히 간직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닿을 수 없기에 더 선명하고,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소중하다.


삶이란, 되돌릴 수 없는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쉬움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미련을 끌어안고 오늘을 더 따뜻하게 살아내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 또한 언젠가 또 하나의 추억이 될 것이다.

그러니 오늘의 나를 더 아끼고, 더 사랑하자.

그게 바로, 과거를 아름답게 기억하는 법이자

인생을 조금 더 지혜롭게 살아내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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