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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wHereUs Feb 10. 2021

쓰고 싶어서, 잘 쓰고 싶어서 글쓰기모임에 가입했다.

글쓰기 모임의 기록

읽는 것을 좋아했다. 쓰는 것을 좋아해본 적은 없다. 내가 쓴 글은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마음에만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작문 시간에 일주일에 한번씩 글을 써서 제출하고 선생님이 부르는 사람은 앞으로 나와 자기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솔직하게, 그러나 재미있게 글을 써서 늘 이름을 불리던 아이가 있었다. 나도 그 친구처럼 글을 쓰고 싶었다. 내 이름은 졸업할 때까지 딱 한 번 불렸을 뿐이었다.


글을 쓰는 것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지만, 글을 잘 쓸 거라는 기대는 항상 받아왔다. 선생님이 되기 위해 모인 대학에서 심화전공으로 국어를 택했다. 졸업 후에는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들어갔다. 논문을 읽고 비평을 제출하면 교수님이 코멘트를 달아주셨는데, 어느 날은 이렇게 적혀 있었다. "So what? 그래서 알아낸 게 무엇인가?" 졸업 후 들어간 회사에서 전공 덕에 "글 잘 쓰겠네." 라는 말을 들었지만, 내가 쓰는 글은 여전히 내 마음에도, 팀장님 마음에도 들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생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언어의 장벽이 나를 짓눌렀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무슨 단어를 써야할지, 어떻게 문장을 이어나가야 할지 몰랐다. 보고서를 쓰기위해 교수님과 면담을 하고, 글쓰기 센터에 찾아가 도움을 받았지만, 머릿속 생각이 글이 되어 나오는게 쉽지 않았다. 스무 페이지의 글을 썼는데,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뭘 연구하려고 하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어." 다시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미국에 오기 전 여러 블로그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했다. 내가 곧 도착할 그 곳에서 이미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하루가 궁금했다. 뭐가 힘들었는지,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시험 족보를 수집하듯 읽고 또 읽었다. 나의 미국 생활이 시작되고, 마음의 빚을 갚는 기분으로 검색으로 찾을 수 없었던 정보, 내가 느낀 나만의 미국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 나도 블로그를 시작했다. 마음이 답답할 때 끄적인 글을 누군가 읽고, 공감을 해준다는게 좋았다.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내가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느꼈던 깨달음을, 다른 누군가가 경험하고 있다고 고백하는 댓글을 보며 자판을 두드리는 그 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었다.


어느덧 6년차,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인연들이 내 삶에 조금씩 들어왔다. 누군가는 책을 내고, 또 누군가는 책을 내자는 요청을 거절했다는 말을 들었다. 불현듯, 나도 책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했다. 그 생각은, '언젠가는 나도'의 공간으로 들어가버렸다가, 작가라는 호칭이 이름 옆에 붙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고개를 내밀었다. 언젠가는 마음을 먹고 블로그 글을 살펴보았다. 약 300개의 글이 있었다. 다시 읽어보니 너무 부끄러웠다. 이따위 글을 써대면서 작가는 무슨,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언젠가는 나도' 하는 마음이 사그라들지는 않았다.


논문 자료조사를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알고 싶은 어떤 개념이 궁금해서 찾은 그 논문을 이해하려면 다른 논문을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왜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게 연결된 줄을 따라가다보면 내가 알고 싶은 그 개념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더 알아야 하는 것들의 목록이 쌓여간다. 그렇게 읽고 또 읽다보면, 내가 뭔 말을 하고 싶은지 조금 알 것 같은 그 순간이 온다. 서론, 본론, 결론 중 어느 한 곳에 끼워넣으면 좋을 것 같은 문장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 썼다. 이제 각 잡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옮기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자판을 두드릴수록, 실체가 되어가는 그 글이 내 마음에 찬 적은 한 번도 없다. 다시 검색의 바다에 빠진다. 간혹 '이 사람 내 머릿속을 들여다봤나?' 하는 생각이 드는 글을 만난다. 그 사람이 쓴 다른 글도 찾아본다. 때론 내가 세운 머릿속 그 이미지를 홀랑 깨버리는 글을 만나고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드디어 롤모델이라고 부르고 싶은 작가를 찾았다.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들을 삶으로 가져오고, 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과 생각을 불편하지 않게 풀어내는 사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를 쓴 정지우 작가. 한국에 다녀오며 그가 쓴 책의 대부분을 서점에서 구입했다. 페이스북이나 공동 에세이집에서 맛만 본 그의 글을 좀더 읽고, 필요하다면 필사를 해서 그처럼 쓰고 싶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정지우 작가 페이스북에서 글쓰기모임을 온라인으로 열 예정이라는 포스팅을 발견했다. '이 기회는 놓치면 안돼!' 싶어서 메일을 보냈고, 열 명의 멤버들과 함께 두 번의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을 통해 얻은 것이 증발해버리기 전에 기록을 남겨두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과물로서의 글쓰기 뿐아니라 쓰는 과정을 염두한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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