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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May 12. 2020

등록 가능성이냐 권리범위냐 그것이 문제로다

특허 거절 이유 대응 과정에서 권리범위 지키기

특허 출원을 하고 나면 특허청의 심사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단계는 특허청의 심사관으로부터 거절 이유를 통지받고 거절 이유를 극복하기 위한 보정서와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허청의 심사관이 심사한 결과 거절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여 거절 이유 통지서를 보내지 않고 바로 등록결정서를 보내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좋을 만큼 소위 '직방 등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거절 이유 통지서를 받지 않고 등록되는 것이 반드시 좋다고만 볼 수 없는데, 거절 이유 통지서에 대한 대응을 하기 위하여 특허 명세서와 청구범위를 다시 점검하고 보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허 명세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특허청구범위라는 사실은 특허를 몇 번 출원해본 발명자나 특허 관리 실무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허 청구범위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대로 특허의 권리범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허출원 단계에서 담당 변리사가 작성한 명세서를 발명자나 특허 실무자가 검토할 때 특허청구범위 위주로 검토하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출원 단계의 특허청구범위보다 등록이 결정되는 순간의 청구범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출원 시의 청구범위가 아닌 등록 시의 청구범위로 특허의 권리범위가 형성되는 것이 자명함에도 일단 출원을 하고 나면 특허가 등록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버리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발명자나 출원인 입장에서 이전에 출원했던 특허가 어떠한 거절 이유를 받고 어떻게 대응을 해서 등록되는지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허 등록 가능성과 권리범위는 반대 관계이다.


특허청구범위에는 꼭 필요한 요소만 적혀있어야 한다. 불필요하게 수식어가 많이 기재되어 있으면, 그 수식어가 한정하는 범위만큼 특허권의 권리 범위가 축소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종류의 암이라도 진단이 가능한 조성물을 청구한다면, “암 진단용 조성물”로 청구범위에 적어도 될 것인데, “대장암 진단용 조성물”이라고 청구범위에 적었다면 다른 암에 대해서는 특허권이 미치지 못하고, 대장암을 진단하는 데에만 특허권이 미치게 되는 것이다.


불필요한 수식어는 특허권의 권리 범위를 축소시키지만, 권리 범위를 축소시키게 되면 심사과정에서의 등록 가능성은 높아진다.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되어 있는 구성요소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발명이 공지기술 중에 있을 확률은 낮아지고, 그만큼 특허성을 인정받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반대로,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되어 있는 구성요소가 적어지면 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발명이 공지기술에 있을 확률이 높아져 그만큼 특허성을 인정받을 확률은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특허권리 범위를 적절히 확보하면서 특허 등록 결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구성요소를 포함해 특허를 등록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심사숙고하여 검토해야 하는 사항인 것이다.


등록만 되면 되는 특허인지 권리범위가 중요한 특허인지 분명히 알려야 한다.


필자가 인하우스에서 특허를 관리하면서 보니, 특허사무소의 담당 변리사는 특허의 거절 이유를 대응하기 위하여 등록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는 방안으로 청구범위를 축소시키도록 보정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고, 발명자들은 특허가 등록될 수 있다고 하면 대부분 이에 동의해주고 있었다. 담당 변리사는 안전하게 등록시키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하고 발명자는 전문가가 알아서 잘해주리라고 생각하는 경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주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필요 이상으로 권리범위가 축소되어 가치가 떨어진 특허로 등록되는 순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허출원을 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등록증만 나오면 권리범위는 중요하지 않은 특허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추후 기술이전 가능성도 있고, 사업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특허라면 발명자와 출원인도 청구범위 보정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담당 변리사에게 해당 특허가 얼마나 중요한지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명확히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암을 진단하는 방법에 관한 특허가 있다고 하자. 이 특허가 암을 진단하는 방법은 특정 종류의 암에서 A라는 물질이 증가하는 것에 주목하여 A 물질의 증가 상황을 효과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출원한 특허라면 이 특허기술은 모든 암에 적용되기는 어려워도 A 물질의 증가를 보여주는 암이라면 모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원 청구범위에 "암을 진단하는 방법"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심사관이 "암"이 특정되어 있지 않다고 거절 이유를 내렸다면, "암"을 특정하기 위한 보정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이때 보정서를 작성하면서 명세서에서 언급되어 있던 "대장암"으로 청구범위를 한정한다면, 심사관이 지적한 거절 이유는 확실히 해소되어 등록될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이 특허는 대장암을 진단하기 위한 특허로 적용범위가 좁아지게 되는 것이다.


편의상 특허가 X와 Y라는 구성요소를 포함한다고 가정하고 청구범위를 적어보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X와 Y를 구성요소로 포함하는, 암을 진단하는 방법(원 청구범위)
X와 Y를 구성요소로 포함하는, 대장암을 진단하는 방법(거절 이유 대응을 위해 축소 보정한 청구범위)

하지만, "A 물질이 증가되는 특징을 가지는 암"으로 청구범위에 기재하여 보정한다면, 이 특허는 A 물질의 증가를 보이는 모든 암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의견서에는 모든 암이 아니라 "A 물질의 증가를 보이는 암"으로 특정하였고, 이러한 특징을 가지는 암의 종류는 잘 알려져 있는 것이라는 내용을 의견서에 잘 써서 제출하면 될 것이다.

X와 Y를 구성요소로 포함하는, 암을 진단하는 방법으로서,
상기 암은 혈중에서 A 물질이 증가하는 암인 것을 특징으로 하는 방법.
(거절 이유 대응을 하면서 최소한의 축소 보정을 한 청구범위)

어떻게든 등록증만 나오면 상관없는 특허라면 거절 이유 대응을 담당한 변리사가 대장암을 진단하는 방법으로 축소 보정을 제안해왔을 때 그대로 진행해도 괜찮을 것이다. 이렇게 축소 보정하는 것이 심사관을 설득시키기 좋기 때문에 확실하게 거절 이유를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특허이고 나중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특허라면 적용범위가 더 넓은 특허로 등록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담당 변리사와 이 부분에 대해 논의를 하여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분할 출원 제도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심사관의 거절 이유에 대한 대응 방안에서 담당 변리사로부터 제안되어온 보정 청구범위가 지나치게 좁다고 생각되는데 반드시 등록을 받아야 하는 특허라면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출원인이 원하는 정도의 청구범위로 보정을 하면 심사관이 받아들일지 여부가 불명확하다고 판단되는데, 등록결정은 반드시 받아야 하는 특허라면 분할 출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심사관이 확실히 받아들일 정도의 좁은 특허청구범위로 보정을 하여 특허 등록결정을 확실하게 받은 다음, 확보하고자 하는 넓은 범위의 특허청구범위로 보정한 내용으로 분할출원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해당 특허에 대한 등록증은 확실하게 받으면서 넓은 범위의 특허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별도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특허사무소의 실무상 특허 명세서를 작성한 변리사와 거절 이유 대응을 담당하는 변리사가 다른 경우가 종종 있을 수 있다. 거절 이유 대응을 담당한 변리사가 특허출원한 변리사와 다른 경우, 그 변리사는 단지 문서로만 모든 정황을 파악하기 때문에 심사관이 어떤 거절 이유를 내렸으므로 이에 대해 어떻게 청구범위를 보정하고 대응을 하면 등록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대응방안 제안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많은 출원인들이 실질적인 권리범위보다는 등록이 되었는가에 더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담당 변리사는 등록 가능성을 높이는 쪽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실무적인 현실이 있기 때문에 권리범위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노력까지 먼저 해주기는 쉽지가 않다. 그러므로 해당 특허의 중요도나 활용 가능성, 가능하다면 권리범위에 대한 의견까지 발명자와 출원인 쪽에서 먼저 알려주고 담당 변리사와 논의를 하여 특허를 완성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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