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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리 Dec 14. 2019

특허의 제목은 중요할까

발명의 명칭이 가질 수 있는 역할

특허를 출원하기 위하여 작성되는 명세서에는 내용을 구성하기 위하여 정해진 항목들이 있고, 각 항목들에 맞는 내용을 적절히 채우는 것으로 명세서 작성이 완성된다. 특허 명세서에 포함되는 항목들은 아래의 그림과 같다.

변리사와 상담을 해보거나 특허를 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특허 명세서의 항목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청구범위"이다. 여기에 무엇이 기재되느냐에 따라 특허권이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허청의 심사관들이 심사를 할 때도 청구범위를 중심으로 심사를 한다. 다른 항목들은 "청구범위"를 심사하거나 해석할 때 내용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게 되므로 못지않게 중요히 여겨질 수 있다.


그런데, 심사를 받는 과정이나 권리범위를 해석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 2개의 항목이 있다. 바로 "발명의 명칭"과 "요약서"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혹 발명자나 출원인 측에서 발명의 명칭이나 요약서의 내용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한다면 담당 변리사는 거의 그대로 수용을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당 항목의 내용은 심사를 받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권리범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발명의 명칭"은 아무렇게나 지어도 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발명의 명칭"은 특허의 이름이고 가장 짧게 특허가 무엇에 관한 발명 기술인지를 보여주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특허에서 [발명의 명칭]은 사람들이 입는 옷과 같다.


어떤 사람이 무슨 옷을 입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품, 지적 수준, 재산 등의 그 사람의 실질적인 면모를 알 수는 없다. 즉, 입고 있는 옷을 통해서 그 사람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든 것이다. 다만, 입고 있는 옷으로 인해 그 사람의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예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 교복을 입고 있는 사람은 학생으로 예상할 수 있고, 간호사복을 입고 있는 사람은 간호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옷을 잘 입는 사람은 단정한 이미지나 호감이 가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무언가 정리안 된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


특허도 [발명의 명칭]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서 기술분야에서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특허로 보일 수도 있고, 그 기술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원천기술 같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발명의 명칭을 정하는 데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모든 특허들은 출원일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나면 공개되어 키프리스 검색시스템에서 검색이 될 수 있는데, 누군가가 특허를 검색할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발명의 명칭]이다. 발명의 명칭을 보고 그 특허를 더 들여다볼지 말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어떤 특허가 누군가에게 읽힐 선택을 받는가는 발명의 명칭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특허를 출원하여 등록되면 특허등록증을 받는데, 등록증에는 [발명의 명칭]만 기재된다. 권리범위나 도면 같은 것은 특허증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등록 특허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보여주게 되는 등록증에 무엇이 쓰여있는가에 따라 보유기술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특허증은 아래의 그림과 같이 발행되는데, 특허증에 기재되는 항목은 대부분 서지사항(출원번호, 등록번호, 등록권자, 발명자 등)에 관한 것이고 발명의 기술에 관한 실질 내용은 발명의 명칭 부분에 적힌 것이 전부이다.



[발명의 명칭]을 어떻게 붙이느냐는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기술을 중요시하고 특허를 매우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발명의 명칭을 최대한 개념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반영되지 않게 정하기도 한다. 그러한 전략으로 이후 특허가 공개되어 타인들에게 검색될 때 쉽게 찾아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 분야에서 반도체 소자의 표면을 코팅하는 에폭시 수지 조성물이 특징인 발명인데 발명의 명칭을 "반도체 소자"라고만 기재하여 어떤 기술인지 세부적인 내용을 직관적으로 알 수 없도록 할 수도 있고, 산화 염료 전구체 첨가물을 혼합하는 것이 특징인 염모제 특허에서 발명의 명칭을 "염모제 조성물"이라고만 하여 무엇이 사용된 것이 특징인 염모제인지 발명의 명칭만 가지고는 알 수 없게 기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낸 이유가 기술이전을 통해 상용화되도록 하기 위한 경우이거나, 특허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면 발명의 명칭도 더 그럴듯해 보이고, 직관적으로 핵심이 드러나게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즉, 발명의 명칭 자체가 마케팅 도구로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기술신탁 리스트에 등재되어 있는 특허를 예로 들어 보겠다. "하수슬러지와 바이오디젤 부산물을 이용한 고형연료 및 그 제조방법"이라는 특허가 있다면, 단순히 "고형연료 제조방법"이라고 발명의 명칭을 정하는 것보다 "하수 슬러지"와 "바이오디젤 부산물"을 이용한다는 내용이 발명의 명칭에 추가됨으로써 기술 수요자가 어떠한 기술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게 하고, 이로 인해 좀 더 빨리 기술수요자를 만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인하우스에서 특허를 관리할 때도 [발명의 명칭]은 중요하다.


연구기관이나 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같이 분야가 다양하고, 발명자 수도 많은 특허들을 관리해야 하는 기관의 경우, 발명의 명칭을 중심으로 관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원칙적으로 '출원번호'나 '등록번호'가 관리 및 보고 시의 중심 항목이 되어야 하지만, 아무래도 발명자와 소통을 하거나 보고하는 과정에서는 '발명의 명칭'이 중요하게 다루어질 수밖에 없다. 특허를 많이 내보지 않은 발명자나 특허가 주 업무가 아닌 상급자에게는 어떤 발명자가 출원한 어떤 제목의 특허인가가 출원번호 몇 번보다 직관적으로 더 쉽게 와 닿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암 치료용 조성물"이라고 발명의 명칭을 정해 놓으면 이것이 누가 발명한 어떤 암에 관한 특허인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려우나, "물질 X를 포함하는 대장암 치료용 조성물"이라고 발명의 명칭을 정하면 물질 X에 관한 대장암 연구를 하고 있는 발명자 OOO의 대장암 치료 조성물 관련 특허라는 발명의 핵심 내용을 발명의 명칭 하나면 보아도 직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같은 발명자가 "물질 X를 포함하는 대장암 치료 조성물" 특허와 "물질 Y를 포함하는 폐암 치료 조성물" 특허와 같이 2건의 다른 암 치료 조성물 특허를 냈는데, 발명의 명칭을 단순히 "암 치료용 조성물"이라고만 하면 특허 관리 담당자와 특허의 내용을 보고받는 이와의 사이에서 혼선이 생길 여지가 많아진다.


이렇듯 발명의 명칭은 처음 출원할 때 잘 설정해두지 않으면 두고두고 귀찮은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최초 출원 시의 발명의 명칭을 어떻게 정하는지는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 물론 출원 이후 보정 절차를 통해 발명의 명칭을 정정할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있지만, 최초 출원 시에는 발명의 명칭이 AA였는데, 이후 보정을 하여 AB로 하였다가, 우선권 주장 출원할 때는 BB로 하는 식으로 발명의 명칭을 바꾸게 되면 특허 이력을 관리하거나 해당 특허에 관련한 내용을 보고할 때 여러 가지 혼선을 빚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허 명세서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발명의 명칭은 권리범위 설정이나 특허의 가치를 결정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특허 자체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항목이 될 수 있고, 발명의 명칭으로 인해 특허의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특허 관리 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출원 단계에서 발명의 명칭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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