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운전면허시험장과 ‘창동’차량기지는 왜 노원구에 있을까?
살다 보면 이상한데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고 그냥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들이 있다. 그냥 뚝 하고 이상한 것이 나온 게 아니라 지난 역사 속에서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을 텐데 세월이 흘러 이상한 흔적만 남아버린 것들.
《너랑, 노원》 5호를 준비하며 노원역 주변에서 그런 것을 찾아 정확하게 정리해보고 싶었다. 우리는 ‘도봉운전면허시험장’과 ‘창동차량기지’가 노원구 행정구역 내에 있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왜 ‘도봉’과 ‘창동’이 도봉구가 아닌 노원구에 있는 것일까. 그것도 노원구청 반경 300m 이내에.
노원의 금싸라기 대지 위에 넓게 자리한 이곳들은 무엇을 하는 곳이며, 어쩌다 간판에 ‘도봉’과 ‘창동’이 붙은 것인지 알아보았다.
그러다 이곳에서 노원의 미래를 보았다.
일단, 도봉운전면허시험장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노원구에는 은행사거리 쪽의 노원자동차운전학원과 녹천역의 녹천자동차운전학원, 그리고 용화여고 옆의 바로 이 도봉운전면허시험장까지 운전면허 관련 시설이 많다. 이 중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은 사설 학원인 노원, 녹천과 달리 서울에 4개(노원구의 도봉시험장 외에 강남구의 강남시험장, 강서구의 강서시험장, 마포구의 서부시험장이 있다)밖에 없는 경찰청 산하 ‘기관’이다. 사설 학원에서 면허를 준비하더라도, 이 국가 공인 운전면허시험장은 필기시험과 면허증 발급 및 갱신을 위해 한번은 들러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왜 이곳은 ‘도봉’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도봉운전면허시험장 홍보 담당자에게 이를 문의해봤다. 해답은 개장일과 서울시의 행정구역 변경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의 개장일은 1984년 12월 24일이다. 하지만1984년, ‘노원구’라는 행정구역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1973년부터 87년까지 현재 노원구 지역 일대가 도봉구에 속해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노원운전면허시험장’이 아닌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노원구는 1988년 1월 1일 탄생했다. 서울시는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강서구에서 양천구를, 강남구에서 서초구를, 동대문구에서 중랑구를, 강동구에서 송파구를 그리고 도봉구에서 노원구를 분리하는 행정구역 개편을 단행했다. 참고로 1988년 노원구 증설 때, 도봉1·2동과 창1·2·3동도 노원구에 속했다가 1989년 다시 도봉구로 돌아갔다. 창동도 한때는 노원구였던 것이다.
노원구와 도봉구의 행정구역 변천사
다음은 창동차량기지(창동차량사업소)이다. 창동기지는 노원역과 중랑천 사이 상계10동의 18만여㎡(도봉시험장은 6만여㎡)에 달하는 넓은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출입이 통제되어있어 그 존재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 이곳은 4호선에 운행되는 전동차의 입·출고 및 경정비, 심야주박을 담당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전동차의 쉼터인 것이다.
우리는 바로 서울교통공사에 창동차량기지의 역사에 관해 물었다. 본 기지는 1980년 4호선 착공 이후, 1984년 10월 15일에 준공되어 개소했다고 한다. 4호선은 창동기지 개소 후, 85년부터 운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역시 기지가 개소한 84년엔 노원구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때 행정구역은 도봉구 창동이 아닌 도봉구 상계동이었을 텐데 어째서 '창동'이 붙었을까? 아쉽게도 이에 대해 정확한 문서가 남아 있지는 않았다. 다만 서울교통공사는 개소 당시 상계동에 거주하는 주민이 창동역 부근에 비해 소수였기에 창동차량기지라고 명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렇게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두 장소의 이전 계획이 눈에 들어왔다. 창동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 등 대규모 부지를 코엑스 못지않은 업무·상업·문화 시설로 복합 개발한다는 것이다. 2009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발표로 시작한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 계획은 박원순 시장이 이어받아 노원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한다. 하지만 두 공간의 철거는 이전 검토 지역의 반대 등에 부딪히며 10년째 난항을 겪고 있다.
사소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다 보니 노원구의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보게 되었다. 혹시 노원구를 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넘어간 것들이 또 있는가? 그냥 넘어가지 말고 우리에게 꼭 제보 바란다.
글_최윤석
사진_이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