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꽃 백화점

우리동네 꽃집

by 너랑 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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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슬픈 일, 기쁜 일 등 모든 기념일을 함께하는 곳. 바로 꽃집이 아닐까. 우리 동네에서 다양한 꽃만큼 각양각색의 사연과 함께한 우리 동네 꽃집들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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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리에서 오래 지켜온 곳들이라 하면 맛집 정도가 떠오를까? 하지만 동네 같은 자리에서 33년을 지켜온 이곳은 바로 꽃집이다. 저마다의 사연과 설렘, 슬픔을 가지고 방문하는 꽃집. 33년이란 세월을 한결같이 있어준 이 곳, 공릉동 ‘낙원 꽃 백화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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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와 가게소개 부탁드립니다.

꽃집 총각한테 시집와서 이 자리에서 29년 째 꽃집을 하고 있습니다. 이 꽃집은 이 자리에서 33년 됐고요, 결혼한지는 29년 되었어요. 꽃집 하려다 꽃집 사장한테 시집을 왔네요. 지금은 그림도 그리고 다음 생에 태어나면 한 송이 꽃으로 태어나고 싶은, 꽃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 원래 원예를 하고 싶으셨던 건가요?

원래 꽃집을 하려고 알아보던 중에 중매가 들어와서 선을 보고 결혼을 하게 되었네요. 27살 2월에 선보고 9월에 약혼하고 11월 결혼하고. 초 스피드죠?


그럼 33년 전에 이 자리에서 남편분이 하고 계셨고 결혼하시고 사장님께서 29년 동안 함께 운영 하신건가요?

그렇죠. 약혼하고 나서 부터 계속 여기로 놀러왔어요. 워낙 꽃을 좋아하고 꽃집을 하려했으니까.


그러면 혹시 원예를 전공하셨나요?

안 했어요. 그런데 워낙 좋아했어요. 결혼하기 전 직장 다닐때는 동대문 시장에서 꽃 사다가 키우고. 그런 걸 좋아해서 꽃집을 하려고 마음을 먹은 거죠.


동네분들은 주로 어떤 꽃을 많이 사가시나요?

여기는 보통 장미가 제일 많이 나가고요, 요즘은 프리지아인데 평소엔 장미나 안개? 그리고 꽃집마다 다 화환을 꽂는건 아닌데 저희는 하고 있어요. 그래서 처음 오시는 손님들이 가장 놀라시는 게 하얀 국화보고 ‘여기 이게 왜 이렇게 많아요?’ 이게 첫 번째 질문인 거 같아요.


주로 장미를 많이 사가신다고 했는데 어떤 용도로 가져가시나요?

주로 생일이라든가 젊은분들은 프로포즈용? 요즘은 트렁크 프로포즈도 하더라고요.


그럼 그럴땐 몇송이를 사가세요?

몇 송이가 아니라 그땐 차를 주차장에 세워놓고 트렁크에 꽃꽂이 하는 거예요. 어느 분은 한 시간 만에 해달라고 해서 남편이랑 둘이 난리였던 적이 있어요.


꽃을 잔뜩사서 트렁크에 넣는게 아니라 직접 꽃꽂이를 하는 거였군요. 여기 주변에 대학들도 많잖아요. 입학식, 졸업식 꽃도 많이 사가세요?

당연하죠. 그건 미리 예약하시는 분도 있고 당일에 급하게 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워낙 제가 손이 빨라서 금방 싸드릴수 있죠.


애착이 가는 꽃이 따로 있으신가요?

금어초랑 스키미아요. 금어초는 이게 물고기 입처럼 뻐끔뻐끔 거려요. 금붕어 물고기 입같이. 스키미아는 꽃중에 향기가 제일 좋은거 같아요.


어떤 향인지 표현해주실 수 있나요?

달콤한 사랑스러운 향이랄까? 다른 향이 좋은 꽃도 많은데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꽃이에요.


그럼 금어초는 좋아하시는 이유가 귀여워서 인건가요?

아뇨. 얘는 지금 노란색인데 흰 색도 있고 자주색도 있고 약간 핑크톤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하얀색을 가장 좋아해요. 제가 다시 태어나면 흰 색 꽃 한 송이로 태어나고 싶다는 사람인데, 하얀 안개와 함께 하면 청순해 보이고 너무 예뻐요.


지금 시기에 추천하고 싶은 꽃이 있으시다면?

프리지아요. 왜냐면 싸고 식탁에 하나 두면 그 향이 집안을 다 돌걸요? 여기서 느끼는 향이랑 집에서 느끼는 향은 확실히 다르실 거예요. 훨씬 진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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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꽃을 잘 모르는 분들이나 꽃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 오시면 어떤걸 많이 추천하시나요?

제일 중요한 건 누구에게 줄 건지, 무슨 날인지 그걸 알아야 돼요. 만약 어머니께 선물한다면 프리지아도 괜찮아요. 특히 갱년기 우울할 때. 기분이 다운되어 있을 때 이 자그만한 프리지아가 아마 기분을 확 변하게 할 거예요. 왜냐면 향기롭고 봄내음을 느끼게 하는 향이기 때문에 큰 돈 안들이고 큰 값어치를 창출할 수 있을 거예요.


약간 꽃계의 냉이, 달래 느낌이네요.

그렇죠. 하하.


손님과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에피소드는 주로 프로포즈하는 친구들이 와서 얘기를 해줘요. 눈이 펑펑 오는날 석계역에 꽃바구니를 가져가는 남자친구였어요. 30살. 나이도 안 잊혀지는데, 한 살 연상 여자 분한테 프로포즈 하는 날이래요. 그래서 그 분이 성공하면 이 꽃집에 다시 오고 성공을 못하면 저희 집에 안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며칠이 지났는데도 안왔어. 그래서 ‘어떡해. 깨졌나봐.’ 이러고 있는데 그런데 어느 날 주차장에서 누가 클랙션을 막 누르는 거예요. 그래서 날 부르나 하고 뒤돌아봤더니 ‘사장님 저예요.’ 하고 소리를 질러요.

보니까 그 남자분인 거예요 그러고는 ‘사장님 저 성공했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 바빠서 아직 못 왔어요.’ 그러더라고요. 사장님 꽃 때문에 성공한 거 같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또 꽃을 사러 오시고 커피도 주고 가시고 뭐 그런 분도 있고요. 에피소드야 많죠. ‘우리집에서 꽃을 사서 프로포즈를 하면 안되는건 없다!’ 이 얘기를 하거든요. 안 되는 경우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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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에서 오래 하셨으니까 동네 분들이랑 추억도 많이 쌓으셨을 거 같아요.

그쵸. 유치원 다니던 학생들이 시집가고 애기를 데리고 오고. 진짜 오래한거 같아요. 세월이 참 빠른 거 같아요. 그리고 서울여대 졸업한 학생들 이 앞에서 가끔씩 만나요 ‘그 꽃집이 아직도 있을까?’ 이러면서 오는 거죠.

엊그제 온 분 아마 군인이었던거 같아, 5년 동안 다른나라에 가 있었대. 꽃을 사야되는데 꽃집은 여기밖에 모르고 그 꽃집이 아직도 있을까 하고 갔는데 열려있어서 너무 반가웠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직도 하고 있어서 감사하다고 그러셨어요.


앞으로도 이동네를 떠나지 않고 이 자리에서 계속 하실 생각이세요?

여긴 집 같아요. 옮겨지지 않네요. 아직까진 옮길 생각은 없어요. 너무 정이들어서.


그럼 이동네에서 오래 계신 거잖아요. 다른 가게들과 교류도 하시나요?

많이 바뀌어서 친해질만 하면 이사가고 그나마 이 앞 칼국수집이 오래됐을까? 그렇게 오래된 분은 많이 없어요.


그러면 여기 가게들이 자주 바뀌는 게 아쉬우시겠어요.

당연하죠. 그나마 제일 오래된 데가 여기 칼국수 집일거예요. 아마 한 40년 되셨을 거예요. 지금 하시는 분 윗 세대 할머니들 부터 알죠. 다 돌아가셨지만요.

가게가 왜 자꾸 바뀌냐면, 임대료 때문이에요. 여기도 얼마나 많이 올랐는데요. 옛날에 이 건물이 넘어가고 이래서 지금은 다른 주인이지만. 옛날 주인하고는 제트스키도 타러가고. 우리 애들 조그마했을때 1개월도 안된 애를 데리고 장사 했거든요. 그 주인분이 아기도 봐주고 밥도 먹여주고 씻겨서 재워주고. 자전거 태워서 동네 한 바퀴 돌아주기도 하고.

옛날에 여기 야전 침대가 있었거든요? 그러면 남학생들이 기다리잖아요. 옛날에는 여기 줄서서 기다렸어. 거짓말 안 보태고 꽃사러. 그렇게 기다리면서 한 명이 아기 우유 먹이다가 꽃 사가지고 가면 다른 학생이 또 먹이고. 애가 우유병을 넣었다 뺐다 하니까 얼마나 울겠어요. 그랬어요, 옛날에. 삼육대 남학생들이 진짜 애를 잘 봐줬어요.


학생들이랑 에피소드도 많네요.

그럼요. 우린 86아시안게임 떄부터 시작했으니까요. 올림픽 하니까 우리 또 에피소드가 있네! 그 때 티비에 사마란치 위원장이 나오면 애기 아빠는 그 사람을 보는게 아니라 그 꽃을 보는거예요. 티비 보면서 ‘여보 저거 내가 꽂은 거다’ 이러면서. 테이블 위에 꽂는 꽃이 있어요. 그래서 막 저거 내가 꽂은 거라고. 옛날에 육사에 대통령이 오면 꽃꽂이 해주고 그랬어요. 웃긴 게 뉴스를 보면 꽃부터 본다는 거죠. 이게 정말 에피소드네.


마지막으로 저희 독자들이나 동네 주민분들에게 해주고 싶은말이 있으시다면?

남자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여자들은 꼭 빨간 장미만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


맞아요!

그 얘기는 꼭해주고 싶어요 왜 빨간 장미만 눈에 들어오는 건지. 그리고 저는 꽃을 선물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다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많아서 행복한 게 아니라 내가 너를 생각하면서 이 한송이를 샀다는 거. 그거에 감동하는 거라는 걸 꼭 말해주고 싶어요.




글_ 이주희

사진_송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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