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카피라이트(copyright)VS 카피레프트(copy

  카피라이트(copyright) VS 카피레프트(copyleft)      



 최근에 ‘67년생 김영수와 02년생 이보람의 같은 장소 다른 추억’이라는 책이 나왔다. 덕수궁 돌담길, 삼일빌딩, 세종대로 사거리 같은 장소의 1970년대 모습과 2020년대 풍경이 비교되면서 당대의 역사, 정치, 경제, 문화를 이야기한다. 도시의 풍경을 보면서 시간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거리를 지날 적마다 이곳이 어떤 서사를 가진 곳인지 안내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지금의 모습과 50여 년 전 모습을 통해 변화를 읽을 수 있으니 그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돋는다.      

이 책은 경향신문에 3년째 연재되고 있는 김찬휘, 김형진의 ‘반세기, 기록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특히 60- 70년대 사진은 고 조성봉 선생의 1971년 출간된 ‘이것이 한국이다’에서 발췌되었는데 그의 사진을 저작권 없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책이 나올 수 있었다. 

이렇게 지적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창작자가 독점하는 카피라이트(copyright)를 넘어서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카피레프트 (copyleft) 가 있다. 

난 이 용어를  종로 등 사대문 안을 중심으로 기록한 ‘피맛골에 내려온 남산의 토끼’란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찾아보니 국내에서  ‘콘텐츠 무상공유’ -카피레프트를 목표로 2015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셀수스협동조합원들이 그 배경에 있었다.     




*셀수스<CELSUS>란 세상의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는 시절, 로마가 아닌 터키에 세운 도서관이라고 한다. 세상의 지혜가 담겨진 책을 모으겠다는 로마인들의 꿈이 실현된 곳인데 셀수스협동조합은 로마인들의 꿈을 넘어서 사진, 동영상, 대본, 시나리오, 소설,오디오,음악 등의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모아 무상으로 콘텐츠를 주고받는 디지털 도서관을 꿈꾸며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도서관에서 책을 맘껏 빌릴 수 있듯이 저작권이 해결된 무상공유 콘텐츠를 '셀수스협동조합 사이트'에서 자유롭게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하면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생태계를 지향한다고.     

난 최근에야 알았지만 카피레프트(copyleft)운동의 역사는 꽤 오래 되었다. 시작은 1984년 미국의 리처드 스톨먼(Richard Stallman)활동가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대기업 중심의 독점 소프트웨어 대신 모두가 창조성과 자유정신을 누릴 수 있는 자유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오고 있다. 

이후 카피레프트 운동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모든 저작권의 공유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고, 국내에선 셀수스협동조합 같은 곳이 생겨났다 

셀수스협동조합은  그동안 국회 세미나, 한국저작권위원회 컨퍼런스 등에 참여하여 ‘카피레프트 운동의 필요성’ 등을 알려 왔다. 첫 번째 무상공유 출판물로 『카피레프트, 우주선을 쏘아 올리다』를 펴내고 두 번째 출판물로 『카피레프트 톨스토이 어깨에 올라타다』를 기획해 펴냈다. 여기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작품도 하늘에서 떨어져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여기 저기, 저 작품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때론 흉내도 내면서 만들어진 만큼, 세상 아래 처음이고 유일한 것은 없으니 기꺼이 자신들의 저작물을 공유하여 상업적이든, 비상업적이든 맘껏 쓰고 공유하라고 권한다.

여기에서 난 상업적 활용도 기꺼이 하라는 셀수스의 태도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흔히 국공립기관의 창작물 경우도 사용 허가 조건이 상업적 목적이 아닌 경우라야 하는 전제가 있다. 창작물의 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야하는 것이 기본인데 카피레프트 경우, 그 기본은 지키되 한편으론 공유 기회를 활짝 열어놓아 사용하겠다는 이에게는 창작물이 혼종 될 수 있도록 기꺼이 응원하고 지지한다.     

뭔가 창작해보고자 하는 이에게 이런 태도가 얼마나 힘이 되고 자극이 될까?

마음껏 해 보세요 ~ 

제걸 바탕으로 활용해 돈 잘 벌게 되면 그 또한 더 좋지요 !

내 창작물이 내 창작물로 딱딱하게 머물지 않고 여기저기에서, 이 곳 저 곳에서 창작물의 구석구석을 떼어내고 핥아내고 만져서 또 다른 창작물로 녹아지고 스며들게 되어 새로운 창작물이 태어나고, 그 작품을 본 이 들이 감동하고 새로운 감각을 일힐 수 있고, 그래서 또 다른 예술가가 먹고 살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을 일이 아닐까? 

지금까지는 카피라이트, 저작권 보호와 권리 강화에 집중되어 있는 예술생태계에 이제는 카피레프트의 바람이 불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봄 직 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AI가 이미지든 무엇이든 생성해주는 시대에 AI보다 나은, AI가 못하는 것을 창작하려면 오히려 사람들 간에 카피레프트적인 생각으로 전환되어 서로 연대하고 공유하고 협력할 때 AI 보다 똘똘한 창작이 가능하지 않을지.     




한편, 결이 좀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생성형 AI, 데이터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융복합 창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예술과 기술이 융합되는 창작물이 대세인 요즘,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조명, 음향, 레이저빔 프로젝터, 고가의 마이크 등등 장비도 해당 공간 안에서만 사용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있는 현장으로 반출이 가능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고액의 예산이 드는 창작물을 공동 제작할 때는 사용할 수 있는 장비를 수년간 공을 들여 완성한 작품을 들고 외부 관객과 만나는 현장에는 분실 및 관리 부실 우려를 문제 삼아 장비 반출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고가의 장비를 대여해야하는 예산이 추가로 발생되어 애써 만든 창작물의 유통이나 확장 기회를 포기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

장비가 없는 것도 아닌데 멀쩡한 고가의 장비는 공공문화기관 창고에서 쿨쿨 잠자고 있고 그 시간대 고가의 장비 마련을 위해 예산을 구하느라 동동거리는 예술가와 기획자들을 여럿 보았다.     

장비 뿐 만 아니라 공간도 그렇다. 공공기관에서 마련해 준 많은 공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한결같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고 실제로 쓰기를 원하는 시간대에는 관리운영의 문제로 문을 닫아 따로 연습실이든 사무실을 구해야 하는 현실이다. 

저작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창작생태계를 위해 카피라이트(copyright)와 함께 카피레트프(copyleft) 운동이 펼쳐지고 있듯이, 공공문화기관의 장비 지원 및 공간지원도 무상 반출, 그리고 어느 때나 무시로 사용을 할 수 있는 절대적인 믿음을 기대하기란 어려운걸까? 이런 문화로 바뀌는 게 바로 예산 안 드는 혁신인데 말이다                                        

* www. celsus.org 내에서 일부 표현 등을 옮겼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호와 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