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주려고 사뒀어요.”
오늘도 그녀의 양손에는 바리바리 싼 꾸러미가 잔뜩 들려있다.
그녀와 나는 한 동네에 살며 아이들 친구 엄마로 만나 친하게 지냈던 사이다. 하지만 내가 이사 온 뒤로는 언제 만날지 모르는 사이가 되었다. 여전히 누구든 먼저 연락하면 반가이 뛰쳐나갈 사이지만 둘 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또 그런 서로의 성향을 존중하다 보니 먼저 안부를 묻거나 만나자는 제안을 선뜻하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로 주말에 우리 집에 놀러 오는 아이를 데려다주고 돌아가는 길, 그 10분이 만남의 전부일 때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를 그리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만나지 않아도, 연락하지 않아도 때때로 서로를 떠올리고 우리만의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고 믿는다. 다만, 수시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대신, 만나자는 약속 대신, 불현듯 만나게 될 그 언젠가를 위해 좋았던 순간들을 차곡차곡 모아둔다. 때로는 벚꽃 만발한 사진이 툭하고 전송되어 오기도 하고, 읽어보니 좋아서 사두고, 써보니 좋아서 사두고, 먹어보니 좋았던 것들을 사들고 만나거나 놀러 오는 아이 편에 전해준다.
오늘도 그녀가 떠난 뒤 나는 지난 몇 달의 시간을 풀어본다. 그녀가 준 책을 읽고 지금만 먹을 수 있다는 쑥버무리를 먹으며 그렇게 밀린 안부를 묻고 고개를 끄덕이고 함께 눈물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