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적당히 선선한 주말 오후, 가족끼리 자전거를 타러 집 근처 천변으로 향했다. 지난 주말에서야 두 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한 아이에게는 오늘이 겨우 2회 차 라이딩이었지만, 차도 없고 평지뿐인 천변 길에서는 거침없이 페달을 밟으며 나아갔다.
한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달리다가 운동기구가 있는 곳에 다다르자 아이가 먼저 멈춰 섰다. 본인도 모든 기구를 한 번씩 다 해보고 아빠 엄마도 빠짐없이 다 했는지 체크한 후에서야 다시 출발이 가능했다. 그렇게 우리는 운동기구가 있는 곳마다 멈춰 서고 다시 달리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마지막 코스에 다다랐다. 그곳에서 철봉을 발견한 아이는 아빠와 매달리기 시합을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손이 닿자마자 떨어지기를 반복했고 아직은 안 되겠다며 이내 포기하고 다른 운동 기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때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아빠는 오래 매달리기 할 때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는 게 도움이 되었어. 처음엔 10까지만 버티자, 그다음엔 20, 그다음엔 30 이런 식으로 목표를 조금씩 높여가면 어느새 그 목표에 도달해 있곤 했어. 한번 해볼래? “
아빠의 말에 솔깃한 아이는 다시 철봉 앞에 섰고 마음을 다잡는 듯했다. 하지만 선뜻 도전하지 못하고 도전을 미뤄야 하는 이런저런 구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 녀석. 자신이 없는 게로구나.
실패할까 두려운 게로구나.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 것 같은데 망설이는 아이에게 나는 이렇게 얘기했다.
“아들! 엄마가 초등학생일 때는 해마다 오래 매달리기 시험을 봤어. 30초를 넘겨야 하는 시험이었는데 엄마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기록이 늘 0초였어.”
“0초요?”
“응. 매달리자마자 떨어졌으니 늘 0초였지. 근데 엄마가 딱 하나를 바꿨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 30초를 버텼고 만점을 받았어.”
“그게 뭔데요?”
“내 마음. 할 수 있다는 마음.”
“마음이요?”
“그전까지는 늘 ‘나는 운동을 못하는 아이야. 그리고 오래 매달리기는 늘 실패했으니까 이번에도 해보나 마나 나는 버티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30초를 성공하던 날은 ‘30초만 버티면 되는 거야. 난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고 아빠처럼 엄마도 숫자를 세며 버텼거든? 근데 정말 해낸 거 있지!”
“우와!”
“엄마는 이 방법을 깨닫고 그전에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었어. “
잠시 후 아이는 눈을 감더니 혼잣말로 할 수 있다를 여러 번 되뇌는 것 같았다. 그리고 결심한 듯 다시 철봉 앞에 섰다. 남편과 나는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파이팅을 대신했고 바뀐 마음으로 철봉에 매달린 아이는 무려 38초를 버텼다. 우리 가족은 함께 환호했고 그날 한 번의 성공을 맛본 아이는 팔에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 몇 번이고 철봉에 매달리기를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