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76일 전에 갑자기 땅을 보았고 며칠 후 계약을 했고 그래서 계획에 없던 집짓기 여행이 시작되었다.
무언가에 휩쓸리듯 오늘에 이르러 첫 설계 미팅까지 마치고 나니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일을 벌인 거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너무 급하게 일을 벌였나 봐. 집을 짓는다는 게 인생을 통틀어 보아도 정말 큰 사건인데 좀 더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추진력이라 생각했는데 대책 없는 막무가내 정신이었던 것 같아."
그러자 남편이 말했다.
"모든 의사 결정이 신중하게 오래 고민한다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 것 같아. 우리는 좋아하는 게 확실하잖아. 미리 계획하진 않았어도 각자의 취향을 떠올리는 게 그다지 어렵진 않았던 것 같아. 게다가 대략적인 설계 계획을 듣고 나니 더욱 명확해진 느낌이야."
집에 돌아오는 내내 남편의 말을 곱씹다가 건축사님께 문자를 보냈다.
"오랜 생각이나 계획 없이 덜컥 땅을 사고 건축 사무소와 계약을 한 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그런데 벌써 많이 고민하고 반영해 주신 게 느껴져서 마음이 놓입니다. 어찌 보면 다소 성급하고 직관적인 결정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저희 가족에게 최적의 공간을 실현해 주실 분들을 만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잠시 후, 건축사님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뜻밖의 손님도, 여행도 그렇게 그냥 맞이하는 나름의 기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갑작스럽다 여겨지시는 생각들 조각조각엔 이미 오래된 기억과 바람이 있다 믿습니다. 여느 때보다, 익숙한 날 보다 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저 또한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
뜻밖에 만난 우리의 즐거운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