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록콜록.. 엄마, 오늘 학교 하루 쉬면 안 돼요?”
지난 금요일의 일이었다. 여느 때처럼 그냥 한 번 해보는 말이려니 싶어 아이를 달랬다.
“감기 정도로는 나가도 되지 않을까? 방학도 며칠 안 남았는데.. 지각하겠다. 어서 서두르자.”
그런데 평소 같으면 수긍하고 일어났을 아이가 자꾸만 딴청을 피운다.
" 그냥 오늘 하루 쉴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의 표정이 금세 밝아진다.
나는 과거에 교사였다.
10년을 채우고 그만두었는데, 막바지에는 교문에 들어서는 것조차 힘겨웠다. 많은 사람들은 교사라는 직업의 방학을 부러워했지만 나는 늘 생각했다. 하루를 쉬더라도 내가 원할 때 쉬고 싶다고.. 교사로 일했던 10년 동안 연차나 병가는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 한 무용지물이었다. 그래서 내 컨디션과 상관없이 다음 반년을 쉼 없이 달릴 충전을 방학 동안 몰아서 해야 했다.
생각해 보면 나는 학창 시절 12년 개근은 물론이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단 한 번의 지각도, 결근도, 땡땡이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한 성실함이 남보다 빠르게 안정적인 직장을 잡고 좋은 평가를 받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30년 넘게 지켜온 룰에서 벗어나면 안 되는 줄 알고 버거워도 꾸역꾸역 나를 그 룰 속에 가두고 압박했다. 그러다 과연 의식 없이 반복하는 이러한 삶이 내 인생을 살았다 할 수 있을까 라는 회의가 밀려왔다.
퇴직을 하고 프리랜서로 일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과 넉넉한 급여를 잃었지만, 원할 때 쉴 수 있다는 점 하나로 나는 내 인생의 주도권을 쥐게 된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 그렇게 틈틈이 쉬어가며 충전한 에너지는 나 자신은 물론이고 교사, 엄마, 아내로서의 역할에 골고루 분배되어 다른 역할들을 좀 더 성실하고 즐겁게 해낼 수 있었다.
원할 때 쉬어 간 아이는 주말의 여독에도 불구하고 오늘 다시 씩씩하게 등교를 했다. 아마도 오늘은 억지로 마지못해 채우는 하루가 아닌, 즐겁고 생기 있는 하루를 보내리라 믿는다. 나는 아이가 앞으로도 쉬어가는 법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쉼을 통해 알맹이가 꽉 들어찬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