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16주기

by 꿈꾸는 달

"자전거 타고 가면 누님 왔소 하며 평상에 앉아 있던 네 아빠 모습이 아직 생생한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구나."

"네. 고모. 벌써 16년이 지났네요."


오늘은 아빠의 16주기다. 납골당에서 가족묘로 이장 후 첫 성묘를 가는 날이기도 하다. 타지에 살고 있는 나는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낯설고도 정겨운 길을 따라 40여분을 달려 산소에 도착했다.


먼저 확 트인 전경이 나를 반겼다. 어느새 차에서 내린 아이는 사방에서 뛰노는 방아깨비, 메뚜기를 잡고 노느라 여념이 없었고, 내 눈은 푸르른 전경을 뒤로하고 아빠의 자리를 찾기에 바빴다. 잠시 후, 위에서 두 번째 줄에 아빠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을 발견했다. "아빠, 큰딸 왔어요." 맘 속으로나마 인사를 드리고 간소하게 차례상을 차렸다. 차례를 지내고 주변에 막걸리를 뿌리며 아빠의 평안을 빌었다.


아이의 곤충 잡기에 동참하여 함께 뛰놀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잘 있어요." , " 또 올게요." , "할아버지, 안녕!"

각기 다른 작별 인사가 전해지고 어느덧 나의 차례가 되었다.

"아빠, 새로운 곳 마음에 드세요? 부모님, 형제들과 함께 있으니 외롭지 않으신가요? 저희 이제 갈게요."

그때 나비 한 마리가 나타나 아빠의 비석 위에 내려앉았다. 그러고는 한참을 머물다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나 나비를 발견하고 달려 간 아이 때문에 이내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차에 올라타기 전 마지막 눈인사를 전하려 바라보니 나비는 다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여기 정말 좋구나. 고맙다.'

나비의 날갯짓에 맞추어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나는 또다시 멀어지는 나비를 보며 속삭였다.

"사랑해요. 아빠. 또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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