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실감 나는 주택살이

by 꿈꾸는 달

2021. 7.20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었다. 초1 아들의 원격 수업이 시작되었고, 한 달 전부터 예약했던 캠핑도 취소하고 집콕하며 주말을 보내고 있던 차였다. 그래서 "우리 땅이나 보고 올까?"라는 남편의 제안에 지체 없이 채비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40여 일만에 방문한 토지 주변은 참 많이 변해있었다. 녹음이 짙어져 완연한 여름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고, 덕분에 아들이 좋아하는 곤충채집을 실컷 할 수 있었다. 아들이 곤충채집에 열중한 사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새롭게 짓고 있는 아파트와 완공된 테라스 하우스들, 점차 채워지는 상가와 학원 등 한 겨울 휑했던 첫 느낌과는 사뭇 다른 활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한참 공사 중이던 세 필지 중에 한 곳은 그 사이 완공되어 입주를 마친 모습이었다. 같은 블록에 입주한 집을 실제로 보니 먼 일처럼 느껴졌던 나의 주택 생활이 조금씩 실감 나기 시작한다.



"여보, 근처 하천 한 번 가볼래?" 산책을 즐기는 나는 걸을만한 곳이 중요한 주변 환경이었다. 그래서 이 참에 자주 걷게 될지도 모를 그 길을 한 번 둘러보고 싶었다. 우리 토지에서 어른 걸음으로 10여분쯤 걸으니 하천길로 내려가는 입구가 보였고, 아이와 나는 설레는 맘에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보이는 공장의 모습이 조금 삭막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산책길에 만난 청둥오리 두 쌍과 유난히 아름답던 그날의 하늘이 약간 남은 나의 불안감마저 말끔히 씻어주었다. 무엇보다 "여기 마음에 들어요.", "너무 재미있어요."라며 환하게 웃어주는 아들이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뭐가 있으랴.



시공사 선택을 서두르면, 빠르면 올 가을 공사에 들어간다. 그리고 예정대로라면 내년 초엔 새로운 곳에서의 주택살이가 시작된다. 집 지으면 10년씩 늙는다고 하고 더욱이 나는 집 짓기와 관련한 지식조차 전무한데, 어찌 된 일인지 한 발짝 다가설수록 막연함과 두려움이 확신과 설렘으로 바뀌고 있다.

노을과 구름이 무척 예뻤던 이 날, 무탈하게 그날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뭉게뭉게 구름에 살포시 실어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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