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는 천생연분 1
2014년 1월, 드디어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은행 지분이 80%이긴 했지만 신혼집을 차렸던 원룸을 벗어나 방 3개짜리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리고 얼마 후, 엄연한 자식 명의의 첫 집을 구경하러 친정 엄마가 올라오셨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와 나는 얘기를 나누다 안방에서 자고, 남편은 다른 방에서 잠이 들었다.
그날 밤 나는 매우 희한한 꿈을 꾸었다.
남편이 독수리를 데리고 와서 내게 삼키라고 했다. 이걸 어떻게 먹냐고 펄쩍 뛰었지만, 날 믿고 삼키라고 했다. 남편의 말에 눈을 질끈 감고 꿀꺽 삼켰고 이내 놀라서 토하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이건 분명 태몽인데?”라는 친정 엄마의 말씀에 곧바로 나는 아직 자고 있는 남편을 깨웠다. 그런데, 잠에서 깬 남편의 첫마디가 심상치 않았다. “나 이상한 꿈을 꿨어.”
“내 앞에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유독 예뻐 보였던 독수리 한 마리를 골라 품에 안았어. 더 귀여운 동물도 많았는데, 왜 독수리를 안은 거지?”
‘그래, 네 놈이 맞구나. 이 모든 스토리의 시작이!’
그때까지만 해도 딩크로 살 작정이었고 어제까지 낮엔 페인트칠, 밤엔 노동주를 마셔댔는데 임신이라고? 확인을 해야 했다. 당장 약국에 가서 테스트기를 구입했고, 결과는 두 줄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병원에서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오 마이 갓! 이사 후 방이 하나 남았는데 네가 누울 자리를 용케도 알고 찾아왔구나.’
이렇듯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찾아온 그의 태명은 고민할 것도 없이 ‘수리’로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