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브 앤 테이크가 싫다.

진심은 전해지고, 선의는 돌고 돈다.

by 꿈꾸는 달

나와 남편은 고등학교 동창이라 고향이 같다. 하지만 결혼식은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는 타 지역에서 했다. 그런 결정을 했던 가장 큰 이유는 가족과 친구 등 정말 가까운 사람들만 참석하는 조촐한 결혼식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시작을 알리는 축복된 날이 그 누구에게도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엄마의 계원, 사돈의 팔촌, 이미 받은 돈을 갚으러 오는 모모 씨 등에게 거리가 멀어서 못 간다는 핑계를 제공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의 생각과는 달랐다. 결혼식 전에 식당을 빌려 일면식도 없는 동네 어르신들께 점심 식사를 대접하고 인사를 드려야 했으며, 결혼식 당일에는 4시간 거리를 달려 친척들과 부모님의 지인을 태운 전세 버스가 도착했다. 물론 기꺼이,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어서 참석한 분들이 대다수일 것이라 믿지만, 그 후에 나는 당신 딸 결혼식에 5만 원을 냈으니 이사 가기 전에 돌려달라는 사람도 보았고, 마음만 받겠다고 사양했지만 기어코 보낸 사은품 수저 세트에 대한 대가로, 빚 독촉을 하는 사람 마냥 연락을 해대는 사람도 경험했다. 사실 받지 않았어도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마음과 돈을 담아 건넬 수 있다. 하지만 서로에게 부담이 되고 강요가 되는 이런 인사치레는 그때도, 지금도 전혀 달갑지 않다.



나는 기브 앤 테이크가 싫다. 줄 때는 그것이 마음이든, 돈이든, 시간이든 여유가 있는 사람이 베푸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여유란, 어떤 객관적인 지표나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꺼이 주는 기쁨만 누리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을 뜻한다. 그리고 진심은 기꺼이 줄 수 있을 때 내미는 손길과 마음에만 담기는 법이다.


아무리 혼자가 좋은 사람도 혼자서만은 살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마음과 도움을 주고받게 된다. 하지만 부디 주기로 마음먹었다면 대가에 대한 계산은 잠시 접어두자. 호의를 베풀고 보답이나 인사가 없다고 섭섭해하면 안 준만 못하다. 맘 속 깊이 솟아나던 감사는 온데간데없고 그야말로 김이 샌다.


덕 볼 생각을 안 하면 내가 받는 모든 것이 덤이 된다. 그러니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줄 때는 주는 기쁨만 누리고 잊어버리자. 그런데 그렇게 준 마음이 자꾸 몇 배로 돌아오는 걸 보면, 진심은 전해지고 선의는 돌고 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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